촛불 축제 분위기 vs 태극기 위기감 맴돌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 이후 처음 맞는 주말인 18일 서울 도심에서 촛불 집회와 태극기 집회가 각각 열렸다. 촛불 집회 측은 ‘단죄의 문지방을 넘어섰다’며 축제 분위기를 이어간 반면 태극기 집회에서는 위기감이 맴돌았다.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4시30분 광화문 광장에서 ’탄핵 지연 어림없다! 박근혜·황교안 즉각 퇴진! 특검 연장! 공범자 구속을 위한 16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를 열었다. 집회는 2부로 나뉘어 이 부회장 구속,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 불발 등 현안에 대한 각계 발언과 공연이 진행됐다. 주최 측은 광화문광장에 6시30분 기준으로 40만명이 모였다고 추산했다.
퇴진행동은 논평을 통해 “이 부회장 구속은 지극히 상식적인 결과“라며 ”이제 단죄의 문지방을 넘어섰다“고 강조했다. 촛불 집회에 참가한 이영수 씨(31)는 “법원의 이 부회장 구속 결정을 환영한다”며 “다시 한번 공정한 수사와 탄핵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탄핵 이후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퇴진행동은 본집회에 앞서 오후 1시부터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촛불 권리선언을 위한 시민대토론 2017 대한민국, 꽃길을 부탁해’를 개최했다. 방송인 김제동 씨가 사회를 본 가운데 2000여명의 시민이 모여 ‘탄핵 이후 대한민국의 나아갈 방향’을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재벌개혁, 노동과 일자리, 소수자 문제 등 이 자리에서 모인 의견을 정리해 3월 중 촛불 집회에서 ‘촛불권리선언’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태극기 집회 측엔 긴장이 맴돌았다. 이 부회장 구속으로 특검의 박 대통령 수사가 가까워진 데다 헌재가 내달 초 탄핵심판을 선고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 위기감이 높아졌다.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이날 오후 2시 중구 대한문 앞에서 ‘가자, 대한문으로!’라는 구호 아래 13차 태극기 집회를 열었다. 시청 앞 광장은 태극기를 든 참가자들로 가득 찼다. 참가자들은 ‘누명 탄핵 원천 무효’, ‘억지 탄핵 원천 무효’를 외쳤다. 탄기국 측은 역대 최대인 250만 명 이상이 모였다고 주장했다.
집회는 과거 태극기 집회보다 발언 수위가 한층 세졌다. 정광용 탄기국 대변인은 “특검이 대한민국 GDP(국내총생산)의 20%를 차지하는 삼성 이 부회장을 구속해 박근혜 대통령을 옭아 넣으려는 더러운 야욕을 감추지 않고 있다”며 “희대의 남창 고영태를 구속수사할 생각은 커녕 수사 자체를 안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즉생(死則生·죽고자 하면 산다)’ ‘결사항전’ 등 위기감을 드러내는 단어들도 증장했다. 탄기국은 ‘2·18 특별선언’을 통해 헌법이 보장한 ‘국민저항권’을 발동해 국민저항본부를 발족한다”고 밝혔다. 정 대변인은 “방법이 무엇이든 죽음으로 맺은 약속을 바탕으로 결사항전할 것을 천명한다”며 “이제는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단순히 평화적인 방법을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두번 째 태극기 집회에 참가한다는 김모씨(62)는 “어찌됐든 이 부회장 구속으로 탄핵 기각 측이 불리해진 것 아닌가”나며 “이럴 때일수록 세를 불려야 한다고 생각해 가족들 반대를 무릅쓰고 나왔다”고 말했다.
이 집회에는 자유한국당 김진태, 조원진, 윤상현 의원과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인 김평우, 서석구 변호사 등도 참석해 탄핵 저지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했다. 김 변호사는 “아무 죄도 없는 박 대통령을 청와대에 가둬놓고 매일 같이 한숨과 눈물로 지새우도록 만들었단 말입니까”라며 “가족도 없는 여자분인데 대한민국 남자들 부끄럽습니다”라고 말했다.
황정환/구은서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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