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 배후 북한 가능성" 첫 언급
"남성 용의자 5명 모두 북한 국적" 특정
"사망 원인은 독극물..성분은 확인 안돼"
김정남(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이복형) 암살 사건을 수사 중인 말레이시아 경찰이 19일 "김정남 암살이 북한 소행일 가능성이 있다"는 공식 발표를 처음 내놨다.
남성 용의자는 당초 4명에서 최소 5명으로 늘었고, 이들 모두 북한 국적으로 확인됐다. 심증 수준이던 북한 당국의 김정남 암살이 점차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변곡점이다.
누르 라시드 이브라힘 말레이 경찰부청장은 이날 쿠알라룸프루 현지에서 1차 공식 수사 브리핑을 열고, 김정남을 암살하는데 주도적 계획을 세운 남성 용의자 5명의 국적이 북한이라는 점을 명확히 밝혔다. 이어 김정남 암살 배후가 북한일 가능성이 있다고 처음 공식화했다. 사건 배후가 북한인지 묻자 이브라힘 경찰부청장은 "남성 용의자 모두 북한 국적"이라고 말해 북한 소행임을 시사했다.
암살 가담 용의자는 최소 7명, 이 가운데 남성 용의자는 5명으로 수정됐다. 기존 용의자는 남성 4명에 여성 2명, 총 6명이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지금까지 확인된 남성 용의자가 1명 더 있다고 확인했다. 이미 체포된 리정철(46)뿐 아니라 리지현·홍송학·오종길·리재남 4명이 더 범행에 가담했다고 발표했다.
이들 5명 남성이 모두 북한 국적자로 밝혀지면서 북한 소행 수사도 급물살을 타게 됐다. 현지 경찰은 남성 5명 중 북한 정찰국 소속으로 추정되는 리정철만 체포한 상태다. 김정남에게 실제 독극물이 든 스프레이를 뿌려 사망케 한 여성 2명(각 베트남·인도네시아 국적)까지 포함하면 현제 체포 인원은 3명 뿐이다. 리정철 외 4명 남성은 범행 후 이미 말레이시아를 빠져나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다른 핵심인 사망 원인도 발표됐다. 경찰 당국은 "김정남 사인이 독극물"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다만 살해 수법 및 독성 물질은 확인되지 못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김정남의 사인은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며 "독극물 성분은 아직 검사 중"이라고 밝혔다. 살해 수법은 여성 용의자 2명이 스프레이 형태로 김정남의 얼굴에 분사한 독극물 성분이 핵심이다.
당초 예상처럼 말레이시아 경찰은 독극물의 정확한 성분을 확인하지 못했다. 해당 독극물이 암살용으로 특정된 기존 성분이 아닐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독성물질 분석 결과를 포함한 공식 부검 보고서를 아직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미 검거된 리정철이 독극물 제조에 관여한 인물인만큼 2차 수사 발표 때 정확한 수법이 발표될 수 있다. 리정철은 북한 대학에서 약학을 전공한 뒤 1년간 인도 콜카타 연구소에서 일한 것으로 알려진다.
북한과 외교적 마찰을 빚고 있는 김정남 시신 인도 문제에 대해 경찰은 "유가족에게 우선권이 있다"는 원칙을 밝혔다. 다만 이브라힘 경찰부청장은 "김정남 가족이 시신을 받으려면 직접 와야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민성 한경닷컴 기자 m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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