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특검이 뇌물죄 프레임에 엮어넣고 있다"
[ 김병일 / 김현석 기자 ] 433억원대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지난 17일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이 이틀째 특검에 소환돼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이 부회장을 구속한 특검은 이례적으로 “특이사항이 없다”며 정례 브리핑을 취소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19일에도 전날에 이어 이 부회장을 불러 14시간30분간 범죄 혐의 등을 추궁했다. 전날 7시간30분가량 조사한 것을 포함해 주말 내내 22시간 ‘마라톤 조사’를 했다.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출발해 이날 오전 9시42분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도착한 이 부회장은 검은색 코트 차림이었다. 왼쪽 가슴에는 구치소 수용자 번호가 부착돼 있었다. 코트 위로는 포승줄이 드러났다.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 대가로 최순실을 지원했느냐’는 등의 취재진 질문에 대답 없이 조사실로 향했다. 20일 오전 0시12분 조사를 마치고 나올 때 역시 묵묵부답이었다.
특검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세 차례 단독 면담에서 경영권 승계를 위한 정부 지원을 요청했는지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측은 이 부회장의 무죄를 적극 주장했다. 삼성 관계자는 “특검이 승마협회 지원 등을 ‘경영권 승계를 위한 뇌물’이라는 프레임을 짜 놓고 모든 경영활동을 여기에 엮어 넣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순환출자 고리 해소, 중간금융지주회사 검토 등은 사업구조 개편 차원에서 이뤄진 개별 사안”이라며 “이를 승계를 위한 일련의 치밀한 작업으로 보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특검은 19일 취재진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브리핑을 생략한 채 침묵했다. 특검은 설 연휴 등을 빼곤 일요일에도 빠짐없이 브리핑을 해왔다.
김병일/김현석 기자 k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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