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훈 / 이지훈 기자 ] ▶마켓인사이트 2월19일 오후 4시6분
국내 2위 시멘트업체 한일시멘트가 사모펀드 운용사인 LK파트너스라는 ‘트로이의 목마’를 앞세워 현대시멘트를 깜짝 인수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본입찰 직전까지 인수전 참여 사실을 숨기다 6000억원이 훌쩍 넘는 금액을 적어내 쌍용양회, 한라시멘트 등 유력 인수후보의 허를 찔렀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인수합병(M&A)을 통해 수익성 악화를 만회하는 한편 사모펀드들에 빼앗긴 업계 재편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일시멘트의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은 2014년을 기점으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2014년 127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영업이익률 9.6%를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영업이익과 이익률이 각각 1015억원, 7.0%까지 떨어졌다. 2015년 시작된 드라이모르타르 등 일부 제품의 단가 인하 경쟁 때문이다.
이에 비해 현대시멘트는 지난해 업계 최고 수준인 14%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국내 시멘트업체 중 생산시설 효율성이 가장 높고 수도권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을 잘 활용했기 때문이다. 시너지 효과를 배제하더라도 한일시멘트가 현대시멘트를 인수하는 것만으로 영업이익률이 8%대로 회복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시멘트업계로 대거 진입한 사모펀드들에 가격, 출하량 등 시장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통 큰 베팅을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국내 1위 시멘트업체 쌍용양회를 토종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가, 5위 한라시멘트를 베어링PEA·글랜우드PE 컨소시엄이 각각 인수했다. 한일시멘트가 현대시멘트를 인수하면 시장점유율이 26%로 높아져 쌍용양회(22.5%)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서게 된다.
해안에 생산기지와 매출처를 확보하고 있는 쌍용양회와 한라시멘트가 현대시멘트를 인수해 내륙 시멘트 시장으로 진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높은 금액을 적어냈다는 시각도 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안 그래도 가격 경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시점에 내륙 시멘트 시장에 경쟁사가 늘어나면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지난 16일 LK-한일시멘트 컨소시엄을 현대시멘트 지분 84.56%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이동훈/이지훈 기자 lee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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