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3월부터 부장~사원 등 5단계로 이뤄진 직급을 CL(경력개발단계) 1~4 등 4단계로 단순화한다. 회사 관계자는 “창의적이고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연공주의 중심 인사제도를 직무·역할 중심으로 개편하는 것”이라며 “의사결정 구조가 단순해져 효율성과 생산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급 체계가 줄면 능력 있는 젊은 직원들이 그룹장 팀장 등으로 쉽게 발탁될 수 있다. 또 이들에겐 능력에 맞는 급여를 주기 위해 연봉제에서도 때가 되면 오르는 연공서열식 요소를 최소화한다.
호칭도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처럼 수평적으로 ‘OOO님’으로 부른다. 창의적 아이디어가 쉽게 나오게 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저성장 시대, 인사적체로 느려진 조직에 활력을 주고 창의의 대명사인 구글, 애플을 따라잡겠다는 의도다. 직급체계 단순화는 이미 제일기획,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계열사에서 비슷한 형태로 도입·시행하고 있다. 제일기획과 바이오로직스는 직원 간 ‘프로’라는 호칭을 사용하며 바이오에피스는 ‘담당’으로 부른다.
인사 혁신을 통해 기업문화를 바꾸려는 이런 노력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뜻이 반영돼 있다. 40대 경영자로 해외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이 부회장은 글로벌 마인드와 창의적 기업문화를 강조해왔다. 그는 올해 초 미국 실리콘밸리 현지법인을 찾아 “현지 기업처럼 사장, 임원 집무실을 없앨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도 1993년 신경영을 시작한 뒤 7·4제(오전 7시에 출근해 오후 4시에 퇴근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등 기업문화 혁신에 나섰었다.
삼성은 또 기부활동을 통해 임직원들의 근무만족도도 높이고 있다. 기부와 사회봉사가 임직원 삶의 만족도와 사기를 높인다는 생각으로 직원 참여를 확산시키고 있다. 국내 임직원 30만명 가운데 10명 중 9명이 매달 월급에서 일정액을 떼어내 기부하고 있다. 삼성은 임직원이 월급 일부를 기부하면 회사가 같은 금액을 출연하는 매칭 그랜트 방식으로 매년 수백억원의 사회봉사 기금을 조성한다. 이렇게 모인 돈이 올해만 570억원이며 그동안 누적된 금액은 2995억원에 달한다.
모인 돈은 계열사별로 특성을 살린 창의적인 사회공헌사업에 쓴다. 삼성전자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임직원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공모해 사업화를 지원하는 ‘투모로우 솔루션’을 2013년 시작했다. 시각장애인에게 버스 도착시간을 안내하고 탑승 예약을 돕는 버스탑승 솔루션, 음식물 쓰레기를 줄여주는 무지개 식판 등이 이렇게 개발돼 보급됐다.
삼성화재는 전국 초·중·고교에 숲을 조성해 교육과 체험활동을 지원하는 드림스쿨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삼성디스플레이는 임직원이 1m를 걸을 때마다 1원을 적립해 지역사회에 기부하는 ‘1m 희망나눔’을, 삼성중공업은 사업장 인근 취약계층 결식학생에게 중·석식비를 지원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