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대사 "김정남은 자연사" 생떼

입력 2017-02-20 19:06  

한민구 국방 "북한, 김정남 암살은 정권교체 시도 미리 차단한 것"

김정남 아들 한솔 씨, 시신 인도받기 위해 말레이시아 입국



[ 이상은 기자 ]
강철 주(駐)말레이시아 북한대사가 20일 쿠알라룸푸르 북한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13일 쿠알라룸푸르 제2국제공항에서 사망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은 “자연사한 것”이라며 “말레이시아 경찰의 수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북한과 말레이시아 간 외교관계가 급속도로 악화하는 모양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날 강 대사를 외교부로 소환(초치)하고, 주(駐)북한 말레이시아대사도 본국으로 불러들이는 강수를 뒀다. 말레이시아 외교부에 불려들어가 비공개회의를 한 뒤 대사관에 돌아온 강 대사는 약 20분간 기자 수십명 앞에서 회견문을 읽은 뒤 떠났다.

강 대사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한국 정부와 결탁했다”며 “북한 용의자를 지목한 것은 한국 정부가 조작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는 “경찰 조사와 의사들의 부검 결과를 절대적으로 신뢰한다”고 말했다.

강철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 대사는 “이번 사건의 유일한 혜택을 보는 것은 한국”이라며 “한국이 정치적 위기를 북한에 떠넘기기 위해 이 같은 일을 벌였다”고 했다. “북한 배후설은 누명이자 명예훼손”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체포된 이정철(47)에 대해 “증거 없이 강제 체포한 것은 인권 침해”라고 했다. 이어 평양으로 이미 돌아간 것으로 알려진 용의자 이지현(33) 홍송학(33) 오종길(55) 이재남(56) 등 네 명의 북한 남성 신원이 상세히 공개된 점에 대해서도 “용의자 사진을 공개하는 것은 인권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또 “남한 언론은 과잉 보도를 삼가라”며 “국제사회가 참여하는 가운데 말레이시아 경찰과 북한이 공동으로 수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시신은 당연히 북한이 넘겨받아야 한다며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유족의 DNA 요구도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김정남의 아들 한솔씨(22)는 이날 마카오에서 에어아시아 비행기에 탑승, 쿠알라룸푸르공항에 저녁 7시40분께(한국시간 8시40분) 도착했다. 이후 동선이나 일정은 확인되지 않았다. 부친의 시신을 인도받기 위해 입국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건의 배후가 북한일 것이라는 심증은 계속 쌓이고 있지만, 이를 확정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차량 운전기사 노릇 등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이정철을 검거했으나 그는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중국어 매체인 동방일보는 가족과 함께 쿠알라룸푸르에 거주하고 있는 이정철이 “희생양으로 설계된 인물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나머지 네 명은 북한으로 도주한 것으로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인터폴을 통해 공조수사를 벌일 수 있지만 북한은 인터폴에 가입하지 않았다. 북한이 말레이시아와 범죄인 인도협정을 체결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사당국이 이들을 송환받을 가능성은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22일께 부검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김영우 국회 국방위원장에 따르면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방위 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북한군 내부의 특이 동향은 없다”며 “북한 출신 고위 엘리트, 특히 탈북자나 체제 불만세력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이자 국제사회의 김정은 정권 교체 시도를 미리 차단한다는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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