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명품 브랜드 협업으로 디자인 강화
셔츠와 팬츠, 재킷 합해도 18만원 선
아동복 풀코디 세트 3만~5만원 수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마트에서 옷을 사는 건 촌스럽다고 여겨졌다. 가격은 저렴해도 디자인 면에서는 뒤떨어진다는 인식에서다.
최근 대형마트가 신 성장 동력 중 하나로 패션 사업을 키우면서 이런 고정 관념도 바뀌고 있다. 대형마트는 해외 컬렉션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세련된 옷을 파격적인 가격에 내놓고 소비자를 유혹한다.
이는 합리 소비를 지향하는 추세와 맞물려 패션 시장에 지각 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 이마트 '데이즈' 명품 협업 강화
22일 이마트는 자체 패션 브랜드 '데이즈'가 해외 명품 브랜드와의 협업을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데이즈는 지난해 처음 시작한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라르디니'와의 협업을 남성복에서 여성복까지 넓힌다.
'라르디니'는 정교한 재단 기법을 바탕으로 돌체앤가바나, 발렌티노 등 명품 브랜드 정장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브랜드다.
데이즈는 지난해 8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라르디니와 손잡고 남성 비즈니스 캐주얼을 론칭한 데 이어 셔츠와 팬츠, 재킷 등 여성 라인 12품목을 새로 선보였다.
이마트 관계자는 "국내 가구 중 절반 가량은 맞벌이를 하고 있다"며 "합리적 가격 대의 비즈니스웨어가 필요하지만 선택권이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여성 라인까지 출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지난해에도 국내 유명 디자이너인 홍승완과 손잡고 여성 컨템포러리 라인을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일러스트레이터인 손정민과 함께 이너웨어와 가방, 신발 등도 내놨다.
◆ 롯데마트 '테' 아동복 풀코디 판매
롯데마트도 이날 자체 패션 브랜드인 '테'(TE)를 통해 아동복 라인을 강화했다.
아동의류 전문 디자이너가 최신 유행을 반영해 만든 아동복을 단품이 아닌 풀코디 세트로만 판매한다.
세트 판매는 단품을 원하는 소비자의 경우 구매 자체를 포기할 수 있어 일반적인 판매 방식은 아니다.
롯데마트는 그러나 디자인 품질은 높이고 가격은 낮춘만큼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기존 패션 브랜드였던 '베이직 아이콘'을 '테'라는 이름으로 바꿔 패션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동복 뿐 아니라 남성, 여성복, 패밀리룩 등 라인도 다양하다.
'테'(TE)는 '테이크 잇 이지'(Take it Easy)의 약자로, 바쁜 일상 속에서 여유로운 스타일을 제안하겠다는 뜻을 담았다. '뭘 입어도 태가 난다'라고 말할 때의 '태'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 마트 옷, 저렴한 가격에 디자인까지
대형마트가 이처럼 패션 사업을 키우면서 마트 옷에 대한 이미지도 달라졌다. 가격만 저렴한 것이 아니라 디자인 면에서도 경쟁력 있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데이즈가 내놓은 라르디니 여성복 라인은 꽃잎 모양 부토니에(양복에 다는 액세서리)와 고급스러운 수트 패턴으로 디자인 완성도를 높였다.
남성복 라인은 고급 브랜드에서 사용하는 염색 방법을 적용해 색채감을 강조했다.
반면 부자재 대량 매입과 글로벌 소싱으로 가격은 크게 낮췄다. 여성 라인 대표 상품인 셔츠와 팬츠류 가격은 각각 4만9900원, 5만9900원 수준. 스파(SPA, 유통·제조 일괄) 브랜드와 견주어도 경쟁력 있다.
재킷과 트렌치 코트는 7만9900원부터 22만9000원 까지다. 셔츠와 팬츠, 재킷을 합해 최저 18만원 선이면 비즈니스 상황에 맞는 한 벌을 연출할 수 있는 셈이다.
'테'에서 내놓은 아동복 풀코디 세트도 3만9900원~5만9900원으로 저렴하다.
가격 경쟁력에 디자인 완성도를 높인 마트 옷은 패션 시장에서 옷발을 자랑한다.
이마트가 데이즈는 2009년 론칭 첫해 매출 2000억원을 올린 데 이어 지난해 4700억원까지 성장했다. 올해는 5000억원을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다.
데이즈는 이마트가 가진 막강한 유통 채널에 힘입어 국내 스파 브랜드 시장에서 유니클로(1조1000억원 대)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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