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T를 둘러싼 사이버보안 등 난제 산적
디지털포렌식 기법 고도화도 필수 요소
김영대 < 대검찰청 과학수사부장 >
며칠 전 처음으로 ‘코딩교육’을 받았다. 빅데이터 분석에 많이 활용하는 오픈소스인 ‘R을 활용한 데이터마이닝’ 과정이었다. 데이터 유형에는 ‘수치형’ ‘문자형’ ‘논리형’이 있고 이렇게 수많은 데이터 형태를 어떻게 표기하고 연산하며 축약하는지를 배웠다. 교육은 R프로그램을 내려받아 실행해 보면서 진행됐다.
코딩교육을 지원한 70여명의 검사와 수사관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고 그 결과를 바로 확인했다. 매우 재미있고 흥미로운 강의여서 강의실이 금방 열기로 가득 차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코딩교육이 내년부터 우리나라 초·중등 교육과정에 도입될 예정이라고 한다. 단순히 프로그래밍 언어를 하나 더 배우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파악하고 이를 잘게 쪼개 해결하는 방법을 배우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고하는 방법을 배우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최근 자율주행차 논의가 세계적으로 뜨겁다. 자동차업계뿐 아니라 구글 애플 네이버 등 정보기술(IT) 업체에서도 많은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오는 12월부터는 판교밸리에서 자율주행 버스를 운행하고, 내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에도 자율주행 버스를 운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자율주행차의 경우 교통사고 발생 시 법적인 책임 주체와 관련해 자율주행차를 운행하는 운전자에게 책임이 있는 것인지, 차량 센서를 제작하고 운용한 차량 제조회사에 책임이 있는 것인지 등 많은 법적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미 미국 캘리포니아주 등에서는 자율주행차 운행에 관한 법령을 정비하고 있다고 한다.
자율주행 수준을 레벨 0~4로 나누는데, 레벨 4는 운전자가 필요 없는 완전자율 주행을 의미하고 레벨 3는 비상시 운전자가 조작하는 부분 자율을 의미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국토교통부가 법령을 개정해 임시운행 허가를 받으면 자율주행차를 시험운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현재 13대의 자율주행차량이 임시운행 허가를 받아 시험운행을 하고 있다.
검찰은 11월 자율주행차 운행과 관련한 법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국제 콘퍼런스를 준비하고 있다. 자율주행차뿐만 아니라 개발 중인 자율주행 선박의 사고 시 법적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할 예정인데, 특히 위기에 처한 조선업을 살리기 위한 돌파구로서도 자율주행 선박이 큰 의미가 있다고 한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이 융합돼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검찰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다양한 교육과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첨단과학수사 커뮤니티에서는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세 가지 주제에 대한 연구와 강연을 준비하고 있다. 인공지능 관련 IBM의 왓슨과 비트코인에 적용된 블록체인 기술, 자율주행차 사고 시 법적 책임, IoT를 둘러싼 사이버 보안 등이 그것이다.
또 디지털 세상에 사람의 활동 흔적이 많이 남으면서 이런 디지털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디지털 증거를 확보하는 데 전문성을 갖춘 수사관을 디지털포렌식 수사관이라고 한다. 검찰에서는 이들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많은 성과도 내고 있다.
한국포렌식학회(회장 노명선 성균관대 교수)에서 디지털포렌식 수사관 자격시험을 주관하고 있다. 2010년부터 시작해 현재 551명의 2급 합격자를 배출했고, 작년부터 처음 1급 시험을 시행해 3명의 합격자(대검찰청 과학수사부 디지털수사과 포렌식수사관 조성종, 이연주, 법률사무소 행복마루 전문위원 김대웅)를 배출했다. 디지털포렌식 1급 수사관이라고 하면 우리나라에서 최고 수준의 디지털포렌식 수사관으로 자격을 갖춘 것을 인정받은 것이다. 우리나라 디지털포렌식 수사 능력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대검찰청 과학수사부는 한국포렌식학회와 함께 디지털포렌식 기술 발전과 전문가 양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처럼 우리 디지털포렌식 수사관들도 세계를 무대로 큰 활약을 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김영대 < 대검찰청 과학수사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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