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근희 기자 ] 초기 벤처기업의 창업 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크라우드펀딩이 국내 바이오 헬스케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는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상무는 지난 21일 서울 반포동 팔래스강남호텔에서 열린 한경바이오헬스포럼에서 “국내에서는 투자금액 등이 지나치게 제한돼 있어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 등을 개발하는 바이오헬스 스타트업은 크라우드펀딩을 활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크라우드펀딩은 개인이나 기업, 단체 등이 온라인이나 모바일을 통해 익명의 대중으로부터 돈을 모으는 방식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지분투자 방식인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하는 개인은 한 기업에 200만원 이상 투자할 수 없다. 기업이 모을 수 있는 최대 투자금액도 연간 7억원에 불과하다. 이는 정보기술(IT) 바이오헬스 등 모든 산업에 해당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투자금액 제한이 해외 사례와 비교해도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경우 기업당 크라우드펀딩 투자금액은 100만달러(약 11억원)다. 이탈리아는 500만유로(약 60억원)로 한국과 비교하면 여덟 배 이상이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1월 이후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한 126개 기업 가운데 바이오 헬스케어 스타트업은 네 개에 불과했다. 황 상무는 “전체 투자금액 기준을 높일 수 없다면 연구개발(R&D)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바이오 벤처기업만이라도 상한선을 전향적으로 높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미국 등에서 허용되고 있는 ‘보상형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규제도 풀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보상형 크라우드펀딩은 투자자에게 금전적인 보상 대신 제품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는 허가받지 않은 의료기기와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는 광고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막혀 있다. 신수용 경희대 교수는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 의료기기에 대해서는 보상형 크라우드펀딩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근희 기자 tkfcka7@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