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경 기자 ]
문화생활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문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색다른 아이디어와 차별화된 기술로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예술 활동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특급 도우미다. 대중과 문화의 가교로 급부상하고 있는 문화 스타트업들을 소개한다. 첫 회는 바이올린을 쉽게 배울 수 있도록 돕는 ‘잼이지’다.
피아노는 어릴 때부터 많은 사람이 한 번쯤 배운다. 하지만 바이올린은 배우고 싶어도 섣불리 도전하지 못한다. 취미로 배우기엔 부담스럽고 레슨받으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다. 요즘 어린 학생들에겐 또 다른 어려움이 있다. 방과 후 수업 등을 통해 배울 기회는 많아졌지만 짧은 기간 배우는 게 전부여서 혼자 재밌게 연습을 이어가기 힘들다.
이런 이들을 위해 문화 스타트업 잼이지는 누구나 쉽게 바이올린 연주를 즐길 수 있는 센서와 앱(응용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바이올린에 센서를 달면 바이올린 현의 진동을 감지해 음정, 박자 등을 교정해준다. 재미도 더했다. 원하는 곡을 선택하면 악보와 반주가 동시에 나온다. 음정, 박자 등을 맞춰 연주하면 점수가 높아지고, 이를 놓치면 점수가 깎인다. 연주 속도에 맞춰 반주가 자동으로 흐르기 때문에 앙상블 연주도 가능하다. 이를 통해 강사가 옆에서 반주를 넣어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전대영 잼이지 대표는 “바이올린을 혼자서도 쉽게 배우고 연습하도록 돕기 위해 개발했다”며 “놀이처럼 즐길 수 있어 바이올린의 대중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잼이지 사업은 삼성전자의 사내 벤처제도인 C랩을 통해 시작돼 2015년 11월 스핀오프(특정 사업부문 분리)됐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등에서 11년간 일한 전 대표는 삼성전자 동료 세 명, 외부 인재 세 명을 영입해 사업에 나섰다.
시작은 2013년 해커톤 행사였다. 딸이 바이올린을 배우고 싶어 한 게 계기가 됐다. 전 대표는 바이올린은 비싸기도 하고 어려워서 딸이 금방 포기할지 몰라 고민했다. “어떻게 할까 하다가 제가 엔지니어 출신이니까 기계 구조로 된 바이올린을 만들어서 줬어요. 동료들과 함께 작업해 해커톤 행사에 출품했는데 최고의 팀 상을 받았죠. 그러다 보니 바이올린 소리와 구조, 연주법에도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바이올린에 특화해 사업을 시작한 데 대해 주변의 우려가 많았다. ‘왜 굳이 바이올린이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다. 전 대표는 “바이올린 시장이 작은 건 맞지만 경쟁사가 전무하다”며 “이런 서비스가 없다 보니 그동안 기다려왔던 이용자들의 구매력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들을 위해 가격도 싸게 내놨다. 센서는 5만9000원, 앱은 무료다. 영역 확장도 계획하고 있다. 잼이지는 지난해 12월 ‘2017 CES’에 참가해 해외 바이어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전 대표는 “일본이 첫 진출국이 될 것 같다. 일본 사람들이 클래식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지 벌써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현악기뿐만 아니라 관악기에도 같은 시스템을 적용하고 초등학교, 오케스트라 등 다양한 단체에 잼이지를 소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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