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는 식상해"...실험실로 간 화장품 광고

입력 2017-02-23 18:53  

톱스타 일색 화장품 광고 "모델만 주목, 효과 떨어져"

아모레 '쿠션의 진실' 광고
연구원 등장…기술력 강조
독일 유세린도 실험광고 제작



[ 이수빈 기자 ]
아모레퍼시픽은 작년 11월부터 광고 캠페인 ‘쿠션의 진실’을 내보내고 있다. 지금까지 조회 수는 약 1700만건. 이 영상에는 일반적인 화장품 광고 영상과 달리 톱스타 모델이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흰색 가운을 입은 남성이 나온다. 미남과는 거리가 좀 있어 보인다. 그는 쿠션 파운데이션으로 실험하는 모습을 위트 있게 소개한다. ‘균일성 편’에서는 제품 스펀지를 수백번 찍는 모습을 연출한다. 여러 번 사용해도 내용물이 균일하게 발리는 제품 특징을 보여준다. 이 캠페인이 소개된 이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는 ‘아모레퍼시픽 쿠션’을 언급한 횟수가 8배 이상 증가했다.

◆식상해진 톱모델 광고

톱스타 모델이 장악하고 있는 광고시장이 변화하고 있다. 실험실을 무대로 한 광고 캠페인의 등장 때문이다.

지금도 화장품 광고의 큰 흐름은 ‘완벽한 피부의 톱스타’다. 아름다움을 핵심 가치로 하는 화장품 특성을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제일기획이 작년 1월부터 올해 2월20일까지 온·오프라인에 등장한 여성 화장품 광고 260여건을 분석한 결과 여배우, 걸그룹 등 미녀 모델을 기용한 광고는 약 220건으로 전체의 83%였다. 남자 배우·아이돌이 등장하는 광고까지 합하면 93%에 달한다.

그러나 소비자가 식상하게 생각하면서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콘셉트가 비슷한 광고가 쏟아져 나와 소비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쿠션의 진실은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려는 시도였다. 광고를 맡은 제일기획은 아모레퍼시픽의 기술력을 실험실을 통해 보여주자는 콘셉트를 제안했다. 실험 광고는 모델보다 제품과 브랜드를 부각시켜준다. 실험을 통해 기술력을 강조함으로써 소비자 신뢰도를 높이는 효과도 있다. 지난달 시작한 2차 캠페인 ‘지속성 편’에서는 춥거나 습하고 더운 극한 상황에서 전구에 찍은 아모레퍼시픽 쿠션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 관찰하는 실험을 보여준다. 제일기획 관계자는 “진지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실험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며 “제품의 강점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과학을 통한 신뢰도 높이기

독일 화장품 브랜드 유세린도 20대를 위한 노화방지 제품을 출시하며 실험 광고를 제작했다. ‘뷰티 팩트 체크’라는 콘셉트로 10대, 20대, 30대의 피부 탄력을 실험하는 장면을 연출해 보여줬다.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 브랜드 라네즈는 과학 전문 프로그램 형식을 채용한 ‘워터사이언스TV’ 광고를 선보였다. 화장품 제조 과정에서 생겨나는 크리스털 방울 입자를 마치 현미경으로 보듯 세밀하게 보여주는 등 제품이 제조되는 원리와 특징 등을 다큐멘터리처럼 보여준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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