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디자인으로 밥을 짓다

입력 2017-02-24 08:27   수정 2017-02-24 11:14

김수현의 쿠쿠 ·송중기의 쿠첸 파고든 '백종원 밥솥'
밥솥 업계 첫 디자인상 수상, 출시 1년여 만에 인기 몰이



'쿠쿠'와 '쿠첸'으로 양분된 프리미엄 밥솥 시장에 '제 3의 물결'이 일고 있다. 디자인을 전면에 내세운 대유위니아의 '딤채쿡' 얘기다.

국내 전기밥솥 시장은 2500억원 정도로 쿠쿠전자가 65~70%, 쿠첸이 30~35% 가량으로 양분하고 있다. 과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생산하기도 했지만, 2004년 시장에서 철수한 이후 두 회사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밥솥은 쌀문화를 공유하고 있는 중국이나 아시아권 수출이 많은 편이다. 모델로는 한류스타인 배우 김수현, 송중기를 각각 기용한 까닭도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서다. 이전에도 이민호, 장동건, 원빈 등 미남 스타들이 단골 모델로 섰다.

지난해 1월 출사표를 낸 대유위니아는 요식사업가인 백종원을 모델로 내세웠다. '밥맛'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출시 두달만에 1만대가 넘게 팔리면서 입소문을 탔다. 초창기에 3개의 모델만을 내놨던 대유위니아는 1년여가 지나 모델을 21개로 늘렸다.

늘어난 모델에는 '디자인' 개념을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감각적인 디자인을 내세워 젊은 층을 잡자는 의도에서다. 1~2인 가구의 경우 집에서 자주 밥을 해 먹지는 않지만 밥솥은 반드시 갖춰야할 필수품이다. 주방에 그냥 놔둬도 인테리어가 될 수 있는 밥솥이 최근 선보인 '딤채쿡 레트로'다.

결과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지난 1월 롯데홈쇼핑을 통해 판매된 전기밥솥 '딤채쿡 레트로’는 매진을 기록했다. 소형가구가 늘어나는 트렌드에 발맞춰 6인용으로 출시됐다. 전통 가마솥 밥맛을 구현한 기존 딤채쿡에 레트로한 디자인을 접목한 점이 성공요인으로 꼽힌다.

기존 전기압력밥솥의 핵심 타깃은 4050세대 주부들이었다. 그러나 독창성, 개성을 중시하는 20·30대와 1인 가구들 그리고 신혼부부 등이 새로운 구매층으로 부각됐다. 기존 전기압력밥솥의 전형적인 디자인에서 벗어나 복고풍 감성의 레트로 디자인을 접목시킨 것도 이 때문이다.

딤채쿡 레트로에서 가장 돋보이는 디자인은 전면에 자리잡은 ‘듀얼 조그 다이얼’이다. 이 디자인은 오래된 차량의 오디오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듯 쌀 종류는 물론 부드러운 밥'부터 '찰진 밥', '구수한 밥'까지 각 7단계의 미세한 밥맛을 손쉽게 조절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전통적인 한국의 붉은색, 도자기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크림화이트, 청자의 컬러인 옥빛을 형상화한 민트색 등 한국 고유의 색상이 접목된 독창적인 색상을 입혔다.

최헌정 대유위니아 디자인센터장은 "밥솥 디자인은 '밥맛을 라디오 주파수 맞추듯 미세하게 조절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시작됐다"며 "한국 전통 도자기를 닮은 조형라인과 빈티지 차량의 라디오 디스플레이의 이미지를 접목했다"고 말했다.

초창기부터 꾸준한 판매를 보이고 있는 '딤채쿡'은 ‘가마솥'을 현대의 첨단 기술로 구현하고 이를 디자인 감성으로 표현했다. 가마솥의 손잡이와 '귀'라 불리는 몸통의 날개 부분을 살려 시각화했다. 한국의 전통적 식문화인 유기, 은 소재를 색상에 접목시켰다.

딤채쿡 디자인은 해외 디자인 어워드 2개 부문(독일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미국IDEA (International Design Excellence Awards))을 수상했다. 밥솥이 디자인 상을 받은 건 업계 최초의 사례다. 국내 뿐만 아니라 밥솥 자체를 이해하기 힘든 서양인들에게도 디자인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는 얘기다.

최 센터장은 "앞으로 최고의 밥맛을 선사하는 기술력의 가치와 더불어 삶의 질과 품격을 높이는 디자인을 끊임 없이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1999년 설립된 대유위니아는 김치냉장고인 '딤채', 에어컨 '위니아' 등으로 유명한 가정용 기기 제조업체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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