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배터리 소재 '사재기'…원가 걱정에 잠 못드는 전기차 업계

입력 2017-02-24 18:01   수정 2017-02-25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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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라인베스트·상하이카오스…코발트 매집해 보유량만 6000t
작년 생산량의 17% 달해

1년 새 가격 두 배나 폭등…테슬라 등 관련업체 '전전긍긍'



[ 박진우 기자 ]
전기자동차와 스마트폰 배터리의 핵심 소재로 쓰이는 코발트 가격이 치솟고 있다. 배터리 생산업계와 전기차 제조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세계적으로 전기차 수요와 생산이 늘어나는 가운데 이를 노리고 주요 헤지펀드들이 코발트를 사재기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가격, 1년 새 두 배 넘게 급등

코발트 가격은 23일(현지시간) 런던금속거래소에서 한 달 만에 35% 넘게 오른 t당 4만7750달러(약 5340만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초 2만2000달러대를 맴돌던 것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으로 급등했다.

코발트는 전기차에 가장 널리 쓰이는 삼원계 배터리(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 니켈코발트알루미늄 배터리)의 핵심 소재다. 코발트는 배터리 출력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지난해 세계 전기차 생산량은 총 77만3600대로 전년 대비 41% 증가했다. 전기차업계의 코발트 소비량은 전체 코발트 소비량의 절반을 웃돈다. 코발트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공급은 턱없이 달린다. 올 들어 코발트 공급량은 수요보다 900t 모자란 것으로 추산됐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헤지펀드가 코발트 현물을 대량 매입하면서 가격 급등을 부추겼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위스 팔라인베스트먼트와 중국 상하이카오스 등 여섯 개 헤지펀드가 그동안 약 6000t(2억8000만달러어치)에 이르는 코발트를 매입해 쌓아두고 있다고 23일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세계적으로 생산된 코발트 물량의 17%에 달한다.

헤지펀드들이 배터리 소재 중 유독 코발트를 집중 매입하는 것은 거래량이 적어 소량을 사들여도 가격이 큰 폭으로 뛰어오르기 때문이라고 FT는 분석했다. 거래량이 많지 않은 만큼 가격이 급락할 위험도 있어 선물보다 현물을 매입한다는 것이다.

◆수요, 연 20%씩 증가할 듯

미국의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는 미 네바다주에 세운 배터리 생산공장 ‘기가팩토리’를 지난달부터 가동했다. 올 하반기에는 두 번째 기가팩토리를 돌리고, 두 곳을 더 건설할 계획이다.

최근 중국 정부가 삼원계 배터리에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방침을 바꾼 것도 코발트 수요와 가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중국 배터리 회사인 CATL, 비야디(BYD), 옵티멈 등은 중국 정부의 방침에 발맞춰 삼원계 배터리 생산량을 빠르게 늘리는 추세다.

이런 점을 감안해 소재 시장조사기관 CRU는 앞으로 5년간 코발트 수요가 연 20%씩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공급, 소수 기업이 좌우

코발트 수요가 급증하는 반면 공급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소수 광산업체가 공급을 독점해 좀처럼 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계 코발트 생산물량 중 절반 이상(53.5%, 2016년 기준)은 콩고민주공화국(옛 자이르)이 담당하고 있다.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지난해 생산한 물량은 6만6000t으로 5년 전보다 겨우 10% 증가했다. 콩고민주공화국의 코발트광산 대다수는 중국 저장화유코발트와 자회사 콩고둥팡광업, 스위스의 글렌코어가 장악한 상태다. 글렌코어는 세계 코발트 생산량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이렇다 보니 코발트 가격이 파운드당 1달러 오를 때마다 이들 광산업체 이익이 5500만달러 더 늘어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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