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변론기일·특검 수사 마감 앞두고 긴장감
"박근혜 구속이 촛불의 명령" vs "억지탄핵 원천무효"
박근혜 대통령 취임 4주년인 지난 25일 서울 도심에서는 촛불과 태극기 세력의 팽팽한 대치전이 이어졌다.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해진 만큼 양측은 올 들어 최대 인파를 끌어모으며 '탄핵 인용'과 '탄핵 저지' 여론 몰이에 총력을 기울였다.
박 대통령의 탄핵심판 최종변론기일은 오는 27일로 확정됐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는 28일까지 사흘밖에 남지 않았다. 이에 따라 탄핵 찬성과 반대를 주장하는 양측의 신경전도 더욱 고조되는 모습이다.
◆"이제는 끝내자"…다시 타오른 100만 촛불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전날 오후 6시20분부터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 4년, 이제는 끝내자! 2.25 전국집중 17차 범국민행동의 날'을 주제로 집회를 개최했다. 이날 집회에는 전국에서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였다고 퇴진행동 측은 밝혔다.
오후 4시부터 진행된 1부 집회는 '박근혜 4년 너희들의 세상은 끝났다'를 주제로 민주총궐기가 열렸다.
촛불집회의 사전행사 격인 이 집회에서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지금 대한민국에는 촛불과 태극기의 싸움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정의의 촛불이 범죄자를 몰아내는 투쟁이 진행되고 있다"며 "박근혜·재벌총수 구속과 헬조선 타파가 역사의 과제이자 촛불의 명령"이라고 말했다.
여느 때보다 따뜻해진 날씨에 특히 가족 단위의 참석자들이 많이 보였다. 아이들은 '박근혜 퇴진'이라는 구호가 적힌 피켓과 촛불을 나눠 들었다. 광장 잔디밭에 삼삼오오 돗자리를 깔고 앉아 문화공연을 즐기기도 했다.
포항에서 가족들과 전세버스를 타고 광화문을 찾았다는 유병갑 씨(59)는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이제는 대통령 탄핵을 지지한다"며 "탄핵심판 선고를 앞둔 만큼 오늘 집회는 더욱 중대한 자리라는 생각이 들어 힘을 보태기 위해 집회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탄핵을 반대하는 태극기 집회에 맞서 노란 리본을 매단 태극기가 등장하기도 했다. 촛불과 태극기, 노란리본이 어우러져 광장을 수놓았다.
부산에서 올라온 이희숙 씨(63)는 "TV에서 집회 소식을 접할 때마다 힘들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오늘 직접 참여하게 됐다"며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특검 연장에 함께 힘을 싣게 돼 뿌듯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통한의 취임 4주년, 태극기가 지킵니다.'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은 점심 때부터 태극기 물결로 가득 찼다. 오후 2시 '14차 태극기 집회'가 시작되자 수만장의 태극기는 애국가와 군가(軍歌) 박자에 맞춰 펄럭였다.
주최 측인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은 이날 집회에 역대 최대 규모인 300만명이 참석했다고 주장했다.
권영해 탄기국 공동대표는 무대에 올라 "특검은 수사가 아닌 횡포를 저지르고 있다"며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우리의 함성이 마지막 남은 헌법재판소까지 들릴 수 있도록 힘을 모으자"고 강조했다.
포근해진 날씨에 사람들의 옷차림은 한층 가벼워졌지만, 집회 후 행진하는 걸음걸이엔 결의에 찬 듯한 무게가 실려 있었다.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에서 온 70대 김경자 씨는 "박 대통령의 억울한 누명을 풀어주고 좋은 나라를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매주 태극기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며 "젊은 친구들이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는 게 너무 답답하고 가슴이 아프다"고 털어놨다.
청바지와 운동화, 야구모자 차림의 젊은 청년들의 손에도 태극기가 들려있었다. 태극기를 망토처럼 두르거나 백팩에 태극기를 꽂고 돌아다니는 20~30대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30대 A씨는 "태극기 집회에 자주 온다"며 "예전보다 젊은 세대가 많이 와 동질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집회에 등장한 구호와 발언의 수위도 한층 강해졌다. '탄핵 기각'을 주장하던 피켓 문구는 '억지탄핵·선동탄핵·누명탄핵 원천무효' '탄핵을 탄핵한다' 등으로 바뀌었다.
탄기국은 다음달 1일 3·1절을 맞아 대규모 태극기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3·1절 총동원령을 내린 탄기국 측은 500만명이 모일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희진·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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