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는 성장주보다 가치주, IT 등 저평가 종목 관심을
[ 김은정 기자 ] “한동안 글로벌 경기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이 주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올해는 아무래도 위험자산 투자에 유리한 환경이 될 것이란 얘기입니다.”
김성엽 KEB하나은행 자산관리(WM)사업단장(사진)은 2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경제가 회복하고 있는 상황에서 선진국의 재정정책 강도가 강해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세계적인 재정 확대 움직임이 위험자산 투자에 유리한 건 맞지만 보호무역 등 정책 주도권이 선진국에 있는 만큼 일부 신흥국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을 안고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단장은 KEB하나은행 WM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고령화로 자산관리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와 관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기존 프라이빗뱅킹(PB)사업본부와 연금사업본부를 WM사업단으로 통합하는 조직 개편을 했다. KEB하나은행은 옛 외환은행의 강점인 외환부문과 하나은행의 강점인 PB부문을 결합해 외화 자산을 활용한 펀드판매 시장에서 은행권 1위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 증시에선 성장주보다 가치주 투자에 좀 더 높은 점수를 줬다. 그는 “시장금리가 상승하는 구간에서는 실적이나 자산에 비해 저평가된 가치주가 이익 증가폭이 시장 평균을 웃돌 것으로 기대되는 성장주에 비해 더 나은 모습을 보여왔다”며 “올해 국내 증시 투자 전략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이하인 가치주 중 이익 개선이 예상되는 정보기술(IT)주 등을 위주로 세우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투자할 만한 유망 금융상품에 대해서는 “미국의 경기 상승과 감세 등 정책적 지원을 봤을 때 미국 주식은 여전히 매력적이지만 이미 가격대가 높아져 신규 진입에는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주식형 자산을 대체하면서 미국 경기 성장의 수혜를 입을 수 있는 하이일드(고수익) 펀드가 투자 유망하다고 했다.
하이일드펀드란 일반 채권보다 위험이 높은 대신 금리가 높은 하이일드채권에 투자해 고수익·고위험을 추구하는 해외 채권형 펀드다. 그는 “하이일드펀드는 주식과 성격이 비슷해 국채 가격 하락기에 투자하기 좋다”며 “미국 경기 개선으로 기업들의 부도 가능성이 낮아지면 하이일드펀드 가격은 상승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제 정책과 국제 유가 상승을 감안했을 때 MLP펀드도 매력적이라고 강조했다. MLP펀드란 셰일 원유 천연가스 등을 운반하는 송유관이나 저장시설 등 인프라 사업을 운영하는 미국 MLP(마스터합자조합)에 투자하는 펀드다. 국제 유가 하락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다가 최근 국제 유가 상승과 트럼프 대통령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기대감에 힘입어 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국제 유가가 완만하게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많은 데다 경기 회복기에는 좋은 성과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50달러를 넘어선 상태라 국제 유가의 추가 상승에 베팅하기는 부담스럽기 때문에 국제 유가가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때 수혜를 받는 MPL펀드 등이 투자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개인투자자의 관심이 높은 중국 증시에 대해 “위안화 약세로 인한 자금 유출 우려가 있는 데다 금융과 부동산 리스크를 강도 높게 통제하면서 통화정책 기조가 긴축으로 전환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고 했다. 이어 “주식시장 건전화를 위해 보험회사의 주식 투자 규제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부정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단장은 “중국은 생산 과잉을 바로잡기 위해 차근차근 구조 개혁을 준비하고 있다”며 “각종 인프라 투자를 통한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주가 조정받을 때 분할 매수하는 게 좋은 투자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개인투자자를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투자는 본인의 위험 성향과 투자처의 위험 요인을 꼼꼼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며 “투자 가능 기간이나 자금 목적 등을 통해 얼마만큼의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알아야 자신에게 적합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부하는 투자자가 상대적으로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개인투자자들은 나무만 보느라 숲을 놓치는 실수를 많이 하기 때문에 글로벌 주요 산업의 트렌드를 꾸준히 살피고 공부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동일한 투자 전략도 투자자에 따라 맞을 수도, 맞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고려해 재테크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