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트럼프 정권의 국경조정세는 미국에도 손해

입력 2017-02-26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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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신정부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소위 국경조정 조치(border adjustment)는 미국의 무역 상대국은 물론 미국 스스로에도 부정적 영향을 가져올 것이라는 면에서 현명한 선택이라고 할 수 없다. ‘세계적 질서’이기도 한 미국이 채택할 조치가 아니다. 국경 조정은 간단히 말해 수입 기업에 과세하고 수출 기업에 면세하는 조치다. 기업 법인세에 매겨지기 때문에 직접세적 성격을 갖는다. 미국의 과도한 법인세를 회피하기 위해 조세피난처를 찾는 글로벌 기업들을 미국 내에 유인하려는 조치로 이해되기도 한다. 그러나 자유무역을 저해하고 국제 분업을 파괴하면서 ‘국경 내 경제활동’을 장려한다는 것은 논리적이지 않다. 미국의 무역 상대국들도 수용하기 어렵다.

더구나 수입 기업에 과세하면 월마트 같은 유통업체들은 당연히 손해를 보게 되고 소비자들 역시 수입품의 가격 상승으로 직접 영향을 받게 된다. 미국 소비자단체의 반발이 큰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환율도 일정기간 요동치겠지만 제자리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혼란만 가중된다. 더구나 세계무역기구(WTO)는 간접세에는 국경 조정을 허용하지만 기업 이익에 대한 직접세에는 국경 조정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자칫 명백한 WTO 규정의 위반일 수 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한국의 대미 수출도 직접 영향권에 들어간다. 2013년 이후 한국의 대미 소비재 수출 증가율은 10%를 웃돌고 있다. 국경조정세 도입으로 직격탄을 맞는 나라는 중국이다. 그러나 중국이 받는 충격은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한국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자동차를 비롯한 제조 기업들은 미국 내 생산시설을 확대하고 부품공급 채널도 미국산으로 돌릴 확률이 크다.

법인세의 국경조정 조치는 새로운 복병의 출현이라고 할 만하다. 미국은 그렇고 그런 일개 개발도상국이 아니다. 미국이 개도국 지위로 내려서면 장기적으로는 미국과 미국을 제외한 모두의 쌍방 손실이 될 수밖에 없다. 국경조정 조치는 마이너스섬 게임의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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