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알리페이까지 상륙…불붙은 34조원 '모바일 결제' 전쟁

입력 2017-02-27 16:17  

카카오페이, 알리페이와 합작사 한·증 간편결제 협력망 구축
NHN엔터, 페이코 분사시켜 결제시장 공략 본격화
삼성페이, 다른 휴대폰 고객도 사용 가능한 삼성페이미니 선봬
선수 뺏긴 유통업체들도 멤버십 등 내세워 반격 나서



[ 이호기 기자 ] 중국 최대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가 카카오페이와 손잡으면서 국내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간편결제 서비스는 공인인증서나 신용카드 없이 스마트폰에서 비밀번호나 생체 인증만으로도 결제가 가능해 사용자가 크게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 결제 시장은 2014년 14조8698억원에서 지난해 34조7031억원으로 급팽창했다. 삼성전자 네이버 카카오 NHN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주요 간편결제 사업자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글로벌 기업과 손을 잡거나 관련 투자를 늘리는 등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달 이사회에서 핀테크(금융+기술) 사업부문을 분리해 오는 4월 초 카카오페이를 설립하기로 의결했다. 신설법인 대표에는 류영준 핀테크사업 총괄 부사장을 선임했다. 2월 기준 카카오페이 가입자는 총 1400만명으로 간편결제 송금 청구서 멤버십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알리페이 모회사인 앤트파이낸셜에서 2억달러(약 23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양사는 알리페이의 국내 가맹점 3만4000개를 카카오페이 중심으로 통합할 계획이다. 기존 알리페이 가맹점은 백화점이나 면세점 등 오프라인 사업자 위주여서 온라인이나 모바일 가맹점에 집중된 카카오페이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을 찾는 유커(중국인 관광객)가 따로 국내 전용 결제 서비스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다.

NHN엔터테인먼트도 지난 9일 이사회에서 자체 간편결제 서비스인 페이코를 분사하기로 결정했다. 4월1일자로 NHN엔터테인먼트 100% 자회사로 설립되는 페이코는 정연훈 사업본부장이 대표를 맡을 예정이다. 페이코는 온·오프라인 겸용 간편결제 서비스로 63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누적 결제액 1조1000억원, 월 결제액 1100억원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NHN엔터테인먼트에서 독립한 페이코가 전보다 공격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설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NHN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다양한 사업 파트너의 전략적 제휴 및 투자를 적극 유치해 성장을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오프라인 시장을 중심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삼성페이는 이달 초 삼성 휴대폰이 아닌 다른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기기 보유 고객도 사용할 수 있는 삼성페이 미니를 선보였다. 온라인 결제뿐만 아니라 멤버십, 교통카드 등의 기능도 갖췄다. 다만 기존 삼성페이와 달리 오프라인 결제는 할 수 없어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또 삼성페이 앱(응용프로그램)에서 곧바로 국내 유명 쇼핑몰의 상품을 검색, 구매할 수 있는 ‘쇼핑’과 사용 실적에 따라 적립한 포인트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리워즈’ 등 신규 부가 서비스도 추가했다. 삼성페이 쇼핑은 G마켓 현대백화점 위즈위드 패션·뷰티 소호몰 등과 연계해 상품 검색 및 구매 결제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도서 여행 해외직구 등 특화 카테고리도 선보일 예정이다.

네이버페이는 네이버쇼핑 웹툰 등 온라인 플랫폼과의 연동을 무기로 국내 최대 간편결제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네이버페이는 2016년 유무선결제 서비스 사용자 비중 1위를 기록했다. 네이버페이의 작년 말 누적 가입자 수는 2100만명, 가맹점 수와 거래액은 각각 12만개와 4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 선수를 빼앗긴 유통업체들의 반격도 거세다. 신세계그룹의 SSG페이는 결제부터 쿠폰 적용, 포인트 적립, 현금영수증 발급, 주차 정산까지 바코드 스캔 한 번으로 가능한 토털 결제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다. SSG머니는 SSG페이에서 제공하는 대표적인 차별화 결제 수단이다. 무통장 입금이나 신용카드로 충전 또는 상품권, 카드·멤버십 포인트 등을 전환해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스타벅스 등 전국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롯데그룹의 엘페이나 현대백화점의 H월렛도 SSG페이와 마찬가지로 각종 할인 혜택과 멤버십 포인트 적립 등을 내세워 사용자를 늘리고 있다. CJ그룹도 연내 간편결제 서비스를 출시하기 위해 준비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상반기 CJ가 서비스를 선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사업 방식은 신세계나 롯데 현대백화점 등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간편결제 업체들이 통상 결제금액의 3.5%가량을 수수료로 받고 있지만 실제 이익은 거의 나지 않는 상황”이라며 “대부분 사업자가 아직 시장 진입 단계여서 번 돈을 가입자를 늘리기 위한 홍보와 마케팅에 아낌없이 쏟아붓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제 서비스는 네트워크 효과가 작용해 사용자 및 가맹점 수가 많아질수록 효율성이 높아진다”며 “이 때문에 시장을 선점하려는 주요 간편결제 사업자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펼쳐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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