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 사는 이대명(가명) 씨는 친구들에게 ‘이단’ 소릴 듣곤 한다. 이 지역을 연고로 한 한화 이글스 팬이 아닌 롯데 자이언츠 팬이어서다. 그가 야구장에 가는 횟수는 1년에 8번. 롯데가 대전에 오는 날뿐이다.
그런 이 씨가 올해는 한화의 연간회원이 되기로 했다. ‘전향’하려는 건 아니다. 롯데의 대전 원정 8경기를 할인해 주는 시즌권이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시즌권 판매에 돌입한 프로야구 구단들이 원정구단 팬들을 위한 상품을 내놓으며 ‘적과의 동침’에 나서고 있다. 연고지역 야구팬이 다른 팀을 응원하더라도 구단의 충성고객으로 남게 하겠다는 포석이다. 원정 시즌권을 판매하는 구단은 지난해 한화 이글스 한 곳에서 올해 3곳으로 늘었다.
27일부터 시즌권 판매를 시작한 한화는 올해도 ‘원정구단권’을 내놓았다. 이 시즌권을 구매하면 응원하는 구단의 한화생명이글스파크 원정 8경기를 최대 47% 할인된 5만2000원(1·2층 내야지정석)에 볼 수 있다.
이 씨 같은 롯데 팬을 예로 들 경우 주중 6경기(각 1만원)와 주말 2경기(각 1만3000원)를 일반 가격(8만6000원)으로 보는 것보다 3만4000원 저렴하다.
올 시즌 대전에서 주중 2경기, 주말 6경기를 치르는 SK 와이번스의 팬이라면 원정구단권으로 4만6000원을 아낄 수 있다.
30분 우선 입장, NFC팔찌 티케팅 등 일반 시즌권 구매자에게 제공되는 편의도 그대로 적용된다.
한화 관계자는 “대전·충청권에 거주하는 다른 구단 팬들을 배려하기 위해 기획한 상품”이라며 “할인과 제휴 등 혜택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화에 이어 SK도 원정 시즌권을 내놓았다. SK는 지난 22일 야구단 최초로 홈쇼핑 채널에서 시즌권을 홍보하며 ‘원정회원권’을 한정 판매했다. 응원지정석 기준 정가 9만2000원(주중 6경기, 주말 2경기)의 입장권이 7만9900원에 판매됐다.
시범적인 판매였지만 향후 재판매 여지는 남겨뒀다. SK 관계자는 “구단 입장에선 원정팬도 중요한 고객”이라며 “그들을 SK의 연간회원으로 만드는 건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관중 동원 2위 구단인 LG 트윈스는 내달 ‘8경기 연간권’을 출시할 예정이다. 1·3루 레드·네이비석과 3루 테이블·블루석이 대상이다.
시즌권은 수십~수백만원에 이르는 가격 때문에 ‘헤비급 야구팬’이 아니고서는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품이었다. 하지만 최근 ‘라이트 야구팬’을 위해 경기수를 줄인 시즌권이 늘어난 데 이어 원정구단 팬을 위한 시즌권까지 나오면서 새로운 야구 관람 문화가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원정시즌권은 잠재수요가 높은 수도권 구단 사이에서 확산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전형진 한경닷컴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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