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작은 정부가 4차 산업혁명 성공의 요체

입력 2017-02-28 17:33  

"정부의 권한은 민간에 이양하고
과학기술 전문가집단에 자율·책임 부여
시장·경쟁 존중하고 규제 혁파해야"

송치성 < 한국기계연구원 책임연구원 >



대선 주자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4차 산업혁명이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한 네트워킹 사회는 과학기술이 주도하는 세상이다. 핵심은 크기가 아니라 변화의 속도고 창의성이다.

4차 산업혁명의 요체는 ‘모든 것이 연결되고 보다 지능적으로 움직이는 사회로의 진화’다.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사이버 세계와 물리적 세계가 네트워크로 연결돼 하나의 통합된 시스템으로서 새로운 사회가 나타날 것이다. 초지능적인 AI로봇, IoT, 빅데이터, 초연결성, 이를 위한 센서 및 자동화기술 등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반기술이다. 이를 위한 정부의 지원구조와 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새로운 세계경제 추세에 적응할 수 없다. 기술개발뿐만이 아니다. 창의적 개념설계의 역량을 높여야 하고 이론이 아니라 핵심적인 경험지식과 현장에서 얻어지는 암묵지(暗默知)를 축적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경쟁이 활성화되고 시장이 요구하는 첨단연구를 과학기술계가 수행하면서 축적된 경험이 산업계에 전수돼야 한다.

핵심 경험지식이 현장에 신속하게 전수돼 초연결사회에 반영되고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차기 정부는 탈(脫)관료주의에 승패를 걸어야 한다.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컨트롤타워를 논하기보다는 의사결정의 수평적인 변화를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 민관이 수평적인 관계에서 정책이 실행되는 진정한 거버넌스가 정착돼야 한다. 4차 산업혁명 관점에서 자율, 창의, 혁신이란 키워드는 정부관료제와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개념이다. 정부의 권한을 민간이나 전문가집단에 과감하게 이양하는 것이 차기 정부의 과제다.

새로운 산업이 탄생할 때는 수많은 기술과 사회적 현상들이 융합되고 다양한 시도와 실패를 거친다. 어떤 리더도 미래의 성공을 담보할 수 없는 현실에서 실패가 용인되고 경험이 축적돼 성공으로 연결되는 미래지향의 창의정책을 국가 주도로 시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정책실패를 용인하는 사회구조와 평가시스템의 변화가 전제돼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을 진흥하기 위해서는 경제성장의 밑거름이 됐던 자본주의의 경쟁체제가 지속적으로 유지돼야 하고 법과 제도,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경쟁이 활성화되고 시장의 논리가 존중될 때 우수한 인재와 위대한 기업이 생겨나며 체제의 효율성과 역동성은 더 커진다. 새로운 환경에 적합한 혁신은 기득권과의 갈등으로 좌절돼 왔고 반(反)시장적인 통제 또한 국가의 쇠퇴를 가져왔던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이때마다 기득권 유지의 보호막은 아름다운 이름과 공공적인 명분으로 규제라는 옷을 입고 존재해 왔다.

기득권의 혁신과 개방의 저항을 돌파하기 위해 정보개방, 혁신의 이익 공유를 위한 인센티브라는 두 가지 대안을 동시에 추진하는 게 좋다. 대선주자들은 정치적 이슈에 휘둘리지 않고 과학이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차기 정부는 정부 주도의 국책연구에 치우친 연구비 지원 구조를 과감히 개혁하고 다양한 분야의 기초연구에 투자를 확대하는 실질적인 창의정책을 고려해야 한다. 창의정책의 기조는 기업가에게 시장의 논리에 따른 경제적 자유를 주고, 과학기술 진흥을 위해 과학기술 전문가집단에 자율과 책임을 주는 것이다. 공공 부문의 현장 전문가에게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을 일임하는 것이 창의정책이며 정치권·정부에서 사회·민간으로의 권력이동이고 규제개혁이다. 규제개혁이 안 되는 이유는 자명하다. 시장 논리, 자율과 권한, 책임을 수반하지 않는 규제개혁은 언제든 ‘도루묵’이 되기 십상이다. 작은 정부와 공공부문의 선행적인 개혁이 4차 산업혁명의 성공요체이고 과학기술 발전의 길이다.

송치성 < 한국기계연구원 책임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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