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국왕, 1500명 이끌고 아시아 순방

입력 2017-02-28 19:08   수정 2017-03-01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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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중국·일본 등 방문
한달 일정…한국은 대상 빠져



[ 홍윤정 기자 ]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사진)이 한 달간의 아시아 순방에 나섰다. 아시아 국가와의 관계를 공고히 해 전통 우방국인 미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살만 국왕은 고위공직자, 종교지도자, 장관 및 군 관계자 등 1500여명의 사절단과 함께 말레이시아를 시작으로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일본, 중국, 몰디브를 차례로 방문한다. 사우디 국왕이 인도네시아와 일본을 찾는 건 46년 만이다. 사절단이 이용할 할랄음식(이슬람 율법에 맞춰 조리한 음식), 고급 승용차, 항공기 탑승용 전기 에스컬레이터 등 장비만 해도 459t에 이른다. 한국은 순방 대상국에서 제외됐다.

첫걸음은 말레이시아다. 지난 26일 말레이시아에 도착한 살만 국왕은 다음날 말레이시아 대형 정유시설에 70억달러(약 8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이슬람 국가와의 관계를 강화할 목적으로 메카 등 사우디의 이슬람 성지 순례를 사업화하는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살만 국왕은 1일부터 인도네시아를 방문해 동남아시아 최대 이슬람 사원인 이스띠끌랄을 둘러본 뒤 발리에서 휴가를 보낼 계획이다.

유가 하락에 따른 경제난으로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산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는 사우디 입장에서 일본과 중국의 투자도 절실하다. 사절단은 일본과 중국 순방을 통해 물류·교통·건설·금융 분야 등에서의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오는 12일부터 14일까지 일본을 방문하고 중국으로 건너간다.

사우디가 아시아 국가에 손을 내미는 이유는 미국과의 관계가 불확실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미국이 사우디의 경쟁국인 이란에 대한 핵 제재를 푸는 등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 미국과의 관계에만 의존할 수 없게 됐다. 이란에 강경 입장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외교노선 변화가 기대되지만 미국은 아직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사우디는 지난해 미국 의회가 9·11테러 희생자 유가족이 사우디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9·11 소송법’을 통과시킨 데도 불만을 품고 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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