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CIA 분석관이 본 최악의 북한 위기 시나리오

입력 2017-03-01 15:30   수정 2017-03-02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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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심기 특파원) “미국 정부는 북한의 핵무기를 1960년대 쿠바 미사일 위기에 준하는 실제적인 위협으로 간주한다.”

중앙정보국(CIA)에서 북한분석관으로 근무한 대북 전문가 수미 테리 바우어 그룹 아시아(Bower Group Asia) 이사(사진)의 진단이다.

그는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총영사관에서 열린 대담회에 참석, “미국인들은 북한의 본토 타격 위협을 그대로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같은 이유로 “미국 의회는 공화, 민주당을 가리지 않고 모두 대북 강경정책에 동의하고 있으며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하는 3국 기업 및 기관에 대한 직접 제재)과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지지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반면 한국인들이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개의치 않고 느긋해하는(relax) 모습을 미국은 정말 이해하지 못한다”며 “실제로 미국은 북한을 시리아, 이란, 장기적으로 중국과 함께 가장 상위 위협의 하나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테리 이사는 “북한은 어떠한 제재나 압박에도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이 점을 미국도 잘 알고 있다”며 “지금은 북미간 직접 대화는 물론 6자회담의 성사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최근 무산된 북미간 ‘반관반민’형태의 뉴욕 1.5채널 접촉에 대해서도 “말레이시아의 공항에서 김정남이 살해된 것이 결정적이었다”며 “이런 미친 사람과 대화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강화시켰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의 불안정한 정국도 한미간 대북 정책공조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테리 이사는 “양국이 같은 입장에 서 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하지만 미 의회와 정부내에서는 한국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기존 관리들이 모두 바뀔텐데 지금 한미간 협의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기류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두 번이나 만나면서 미국의 동맹(Ally) 지위를 굳건히 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빨리 정상을 되찾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북한에 대한 미국의 선제 타격은 가능성이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도 북한에 대한 군사적 옵션의 사용이 전면전으로 이어지고, 한국이 승리하겠지만 서울이 초토화될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 조차도 북한을 공격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북한에 대한 군사적 조치는 “미사일 요격만을 의미한다고 보면 된다”며 “하지만 이 역시 매우 용기가 필요한 조치로 북한이 정말 한계를 넘어갈 때나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향후 북한 문제와 관련한 최악의 시나리오와 관련, 그는 “북한이 핵무기나 핵물질을 테러단체에게 판매하다가 잡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북한이 이같은 금지선(red line)을 넘어서면 미국도 정말 조치를 취해야 할 때라고 인식할 것”이라며 “실질적 갈등, 즉 전쟁으로 치닫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테리 이사는 이같은 분석을 전제로 “북한의 체제 불안정이나 붕괴 등은 최악의 상황은 아니며,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기회라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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