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여성 참가자 차벽 올라 경찰과 대치 '아찔'
제 98주년 3.1절인 1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일대는 태극기를 든 시민들로 북적였다.
'대통령 탄핵기각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은 이날 오후 2시부터 광화문 일대에서 15차 '태극기집회(탄핵 반대 집회)'를 개최했다. 집회 참석을 위해 대전, 대구, 경북, 경남 등 전국 곳곳에서 참가자들이 몰려들었다.
◆ "촛불집회는 선동" 스무살 여대생도 참석
국민 의례와 함께 행사가 시작되자 참가자들은 전체 기립해 왼쪽 가슴에 손을 얹고 국기에 대한 경례 자세를 취했다. 이어진 애국가 제창에서는 모두가 큰 소리로 4절까지 완창하며 현장의 열기를 돋우었다.
참가자들은 '자유민주주의 수호', '사드 조기배치' 등의 피켓을 들고 "탄핵 원천 무효" 등의 구호를 외치며 행사에 참여했다. 행사 모금함에 5만원권을 서슴없이 넣는 시민도 있었다. 모금 관계자는 "집회에서 모아진 성금은 태극기, 피켓 등 행사 진행 준비물을 마련하는 데 사용된다"고 말했다.
집회 참석자 대부분은 60~70대 고령층이었다. 지난해 11월부터 꾸준히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는 60대 여성 참가자는 "최근 국회에 전시된 박근혜 대통령 풍자 누드화를 보고 많이 울었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여성으로서의 인권을 침해 당했다.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었다"고 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60대 남성 참가자는 "이 나라에 살면 이 나라에 충성해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이 나라가 싫은 사람은 떠나면 되지, 왜 어린 학생들까지 현혹시키는지 모르겠다"며 '탄핵 찬성 집회'인 촛불집회를 비판했다.
중장년층 위주의 참가자들 사이로 앳된 얼굴의 여대생도 눈에 띄었다. 막 스무살이 됐다는 이 학생은 "우리가 접하고 있는 언론보도가 사실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됐다"며 "촛불집회는 선동한다는 느낌이 들고 태극기집회가 진실에 더욱 가깝다고 생각해 고등학생인 여동생과 함께 처음으로 참석하게 됐다"고 말했다.
◆ 차벽 오른 시민, 경찰과 대치 상황도
일부 시민은 '태극기집회'의 기본 취지에는 동의하면서도 과열된 분위기를 우려했다. 3.1절 기념 행사를 위해 참석했다는 한국자유총연맹 소속 참가자는 "매년 3.1절 행사에 참석해왔기에 올해도 참여하게 됐다"면서 "몇몇의 참가자가 경찰과 대치하는 모습을 보 여 행사의 취지가 변질될까 우려된다"고 눈살을 찌푸렸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감정이 격해진 참가자들이 경찰이 세워둔 차벽 위로 올라갔다. 여성 참가자 2명을 시작으로 시민들이 잇달아 차벽을 올라 경찰과 대치했다. 차벽에 오른 시민들을 내려 보내려는 경찰들과 차벽을 치워줄 때까지 버티겠다는집회 참가자들 사이에 몸싸움도 벌어졌다.
상황을 지켜보던 참가자들은 "경찰을 차를 빼라"를 복창하며 "집회의 자유가 있는 나라에서 공권력을 이용해 차벽을 세우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소리쳤다. 몇몇 참가자는 “우리가 모범을 보여야 하는 것 아니냐”며 차벽에 오른 시민들에게 내려올 것을 독려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과 대선주자들도 이날 태극기집회에 대거 참석했다. 조기대선 가능성이 커진 만큼 보수층을 결집하려는 의도라는 관측이다. 이인제 전 최고위원, 김문수 비상대책위원 등을 비롯해 한국당 소속 의원 11명 등 총 13명이 집회에 참여했다.
3.1절을 맞아 총 동원령이 내려진 태극기집회에는 전국에서 500만명(주최측 추산)이 참석했다.
이소은 한경닷컴 기자 luckyss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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