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도림동에 있는 공간정밀의 김대구 사장(54·사진)의 제안이다. 그의 가족은 대부분 서울공고 출신이다. 김 사장과 아들은 서울공고 정밀기계과를 나왔고 딸도 같은 과를 다니고 있다.
그가 자녀까지 공고를 보낸 데는 이유가 있다. “제조업이 발전하려면 숙련 기술자가 많이 필요한데 실업계고 졸업생이 이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공과대학 출신은 주로 관리자 역할을 하는데 관리자만 많아선 좋은 품질의 제품을 생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공간정밀은 직원 11명의 소기업이지만 특수금속 가공 실력은 국내 정상급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밀도를 필요로 하는 반도체검사장비 부품을 생산한다. 이 부품은 원통 모양의 특수강을 두께 6㎜ 원판으로 가공한 뒤 전체 평면의 오차를 20마이크로미터(㎛) 이내로 가공한다. 일본 미쓰비시가 납품하던 발전소 부품도 국산화했다.
이 회사가 개발 중인 비메모리 반도체 검사용 장비 부품은 불과 4㎠의 평면 안에 수천개의 미세한 구멍이 뚫려 있다. 각각의 구멍에는 미세한 핀이 부착된다. 이 제품 역시 구멍 간의 정확한 간격이 생명이다.
김 사장은 “정밀가공 기술이 없으면 반도체, 로봇, 공장자동화 등 수많은 첨단산업이 존재할 수 없다”며 “첨단산업을 구현하는 밑바탕을 이루는 게 바로 현장의 숙련 인력”이라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우리가 학교에 다닐 때는 전국의 우수한 인재들이 공고로 몰려왔다”며 “지금은 실업계고가 턱없이 적고 인력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각종 정밀부품을 가공해야 할 중소기업이 만성적인 생산인력 부족에 허덕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 사장은 “실업계 고등학생들이 자부심을 갖고 공부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인센티브를 줘야 이들을 산업역군으로 키울 수 있고 국가 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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