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파워독서] 지금은 '3세대 스피드' 시대…구글·애플처럼 실패를 실험하라

입력 2017-03-02 17:10  

MS·GE·인텔 변화 몸부림 보라…실패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 기업
스스로 할 일 찾는 자발적 조직으로 환골탈태 해야 21세기 선도 가능

굿 스피드의 조건

강우란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근래 우리 사회가 많이 느려졌다. 공공부문은 시간에 둔감해진 지가 제법 오래됐고, 대기업조차 관료주의라는 현상이 눈에 들어올 정도다. 한국 사회가 다시 야성을 되찾아야 할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되는 시점에 강우란의 《굿 스피드의 조건》은 특별한 의미와 중요성을 지닌 책이다. 스피드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으며, 우리가 익숙한 ‘1세대 스피드’로는 경쟁력을 회복할 가능성이 없다는 주장을 담았다. 우리는 지금 ‘3세대 스피드’가 지배하는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의 풍부한 현장 경험이 잘 녹아 있는 훌륭한 경영서다.

이 책은 시작부터 끝까지 스피드를 논하는 점에서 독특하다. ‘스피드’란 용어를 접한 독자는 “원래 한국 기업들은 스피드에 능하지 않은가?”라는 반문이 튀어나올 것이다. 그런데 시대가 바뀌면 스피드의 차원과 콘텐츠가 달라지게 된다. 1세대 스피드는 오퍼레이션 스피드를 말하며, 2세대 스피드는 전략 스피드를 말한다. 2세대 스피드가 1세대 스피드에 비해 변화무쌍한 것은 사실이지만 2세대 스피드까지는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3세대 스피드는 ‘실험 스피드’에 속한다. 질은 물론이고 양이 전적으로 과거와 다른 스피드다. 우리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바로 다음과 같은 사실 때문이다. “1세대와 2세대 스피드에 익숙한 사람은 3세대 스피드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3세대 스피드가 실패의 본원적 요소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실험이나 실패에 익숙지 않다.

2세대 스피드는 최고경영자(CEO)의 강력한 리더십, 직관력, 유능한 스태프 조직, 도전정신, 잘 돌아가는 것 같은 실행력이 핵심이다. 하지만 3세대 스피드는 실패하더라도 할 일을 스스로 찾아내는 자발성이 핵심이다. 따라서 2세대 스피드로 한 시대를 풍미한 기업도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3세대 스피드를 획득하기 쉽지 않다. 2세대 스피드로 성공을 거둔 한국의 많은 조직은 지금 3세대 스피드가 주도하는 시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어려움은 한국 기업들의 고민이자 한국 사회의 고민이기도 하다.

저자는 3세대 스피드의 성공주자로 구글이나 애플, 아마존 등을 들고 있다. 이들 기업의 관계자와 나눈 풍성한 인터뷰가 스피드 세대론에 대한 주장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5부로 이뤄진 글은 잘 구성돼 있다. 1부와 2부에서 스피드에 대한 이론적 배경을 설명한 다음 3부에서는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기업들인 구글, 애플, 아마존을 소개한다. 4부에서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마이크로소프트(MS), 제너럴일렉트릭(GE), 인텔 등이 스피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다룬다. 5부에선 한국 기업들의 현주소와 스피드 문제 타개책을 제시한다.

일단 결론부터 읽고 나면 정독할 만한 가치가 있는 책임을 알아차리는 일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21세기를 선도하는 기업이 되려면 자발성과 실험에 기초한 3세대 스피드로 무장하라는 저자의 조언이 시의적절하다. 독특한 관점과 뚜렷한 문제의식, 실용적인 대안이 돋보이는 책이다.

공병호 <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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