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함께 책 속으로] 김일수 교동 동아서점 대표 "3대째 이어온 책 사랑…100년 동네서점 꿈꿔요"

입력 2017-03-02 19:00   수정 2017-03-03 06:08

당신에게 말을 건다


[ 양병훈 기자 ] 바다 냄새 나는 강원 속초항 인근에는 ‘환갑’이 넘은 서점이 하나 있다. 올해로 문을 연 지 61년째인 교동 동아서점이다. 429㎡ 공간에 4만권을 갖춘, 작은 서점이라기엔 크고 대형 서점이라기엔 작은 규모다. 1956년 고(故) 김종록 씨가 설립한 이 서점은 아들 김일수 대표가 물려받아 운영해왔다. 2014년 말부터 서점 경영에 합류한 김영건 씨(30)는 김 대표의 아들이다. 서울의 한 문화재단에서 일하다 9년간의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속초로 돌아와 서점을 대대적으로 리뉴얼하고 이전에 없던 각종 마케팅 행사를 기획했다.

김씨가 2년여 동안 서점을 운영하며 겪은 에피소드를 담은 《당신에게 말을 건다: 속초 동아서점 이야기》(알마)를 냈다. 김씨는 “서점을 리뉴얼하며 몸이 부서져라 일한 경험부터 손님으로 온 사람을 아내로 맞이하게 된 일까지 다양한 내용을 책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라캉 미술관의 유령들》을 예술, 정신분석학, 철학 중 어느 분야로 분류할지 고민한 일,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다음날에도 서점은 전과 다름없이 잠잠해 섭섭했던 일, 어설픈 손글씨 안내문에 웃는 손님을 보며 ‘예쁘자고 한 건 아니니까’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던 일 등 재밌는 일화도 많다.

“서점을 리뉴얼하면서 1만권의 단행본을 반품하고 그보다 많은 책을 주문해 책장을 채웠습니다. 그 뒤로도 꾸준히 책을 늘렸고요. 서점에 꽂혀 있는 책들은 아무렇지 않게 왔다 가는 게 아닙니다. 서점 주인의 고된 노동과 고민이 담겨 있죠. 지금 서점에 있는 책들은 다 제가 등에 짊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어떤 책을 주문할지 고민하고 직접 분류하고 서가에 꽂은 것들이니 애정이 있고 책임을 느낍니다.”

그는 “평소에는 손님의 10%, 휴가철에는 30% 정도가 대도시에서 찾아온 사람”이라며 “서점 구석구석을 살펴보고 사진 찍는 모습을 보면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대개 동네서점이 문제집이나 참고서 등을 위주로 판매하는 것과 달리 동아서점에선 단행본 비중이 크다. 김씨가 책과 관련된 기획을 줄기차게 하며 사람들에게 ‘이곳에 가면 재밌는 읽을 거리가 있다’고 생각하게 한 결과다. 단골손님의 성향을 파악해 좋아할 만한 책을 추천해주기도 한다. 김씨는 “온라인으로 책을 주문하는 게 보편적인 시대지만 사람들에게 오프라인 서점도 존재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며 “아버지가 기회 있을 때마다 100년 서점을 꿈꾼다고 말씀하는데, 그 바람대로 저도 힘 닿는 데까지 서점을 끌고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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