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것 없고, 알아채는 것도 없다. …떼로 몰려다닌대도 소리 없이 서로 동떨어진 것들.”
영국 작가 D H 로렌스의 시 ‘물고기’의 일부다. 많은 사람이 물고기를 이렇게 본다. 멍한 표정으로 물결을 따라 지느러미를 움직일 뿐, 감정을 느끼거나 소통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물고기는 알고 있다》는 이런 편견과 몰이해를 차근차근 반박한다. 생태학자인 조너선 밸컴은 물고기의 뇌 구조부터 사회생활상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생물학적인 설명과 함께 풀어낸다.
저자에 따르면 물고기는 고도의 진화를 거듭했다. 쾌감이나 호기심, 스트레스, 공포 등 다양한 감정도 느낀다. 흔히 말하는 ‘3초짜리 기억력’에도 이유가 있다. 저자는 “물고기가 같은 미끼를 여러 번 무는 것은 굶주린 상태에서 통증과 아사 중 전자를 선택했기 때문”이라며 “물고기가 위험을 학습해 일정 기간 미끼를 피하는 것을 확인한 연구 사례도 있다”고 설명한다.
물고기 사회는 인간 사회와 닮았다. 다른 물고기 몸의 기생충을 잡아먹는 청소부 물고기와 고객 물고기 간의 공생관계가 그렇다. 저자는 “인간은 물고기와 ‘노는 물’이 달라 물고기를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며 인간중심주의적 시각에서 벗어날 것을 주문한다. 그는 “물고기를 단순히 자원으로 취급하는 지금의 인식이 바뀌면 물고기 남획의 심각한 문제도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조너선 밸컴 지음, 양병찬 옮김, 에이도스, 384쪽, 2만원)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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