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통제 강화될수록 수요 커져 한국도 정부 차원서 규제 추진
[ 이정흔 기자 ] 정부는 최근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의 ‘제도권 편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 중 비트코인 관련 업체에 대한 규제 근거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비트코인 투자, 이제 믿고 뛰어들어도 되는 것일까.
2013년 비트코인 가격은 1년 만에 13달러에서 1160달러까지 무려 100배 가까이 치솟았다. 다음해인 2014년 세계 3대 비트코인거래소의 해킹 사건에 직격탄을 맞아 비트코인 가격은 순식간에 140달러까지 고꾸라졌다. 다 죽은 줄 알았던 비트코인은 최근 화려하게 부활했다. 지난해 12월22일 ‘심리적 저항선’인 800달러(약 103만원)를 넘어섰다. 지난 2일 1268달러(코인베이스거래소 종가 기준)까지 치솟았다. 금 1트로이온스(31.1035g, 약 4.6돈) 가격(1233달러)을 사상 처음으로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지금 비트코인의 상승세가 과거와 다르다고 말한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초창기 비트코인을 바라보는 시각에 ‘불신과 의심’이 컸다면 지금은 ‘확신’ 단계에 접어든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유용한 결제 수단으로 인정받을 만큼 위상이 높아진 데다 세계 비트코인 거래량도 하루 2조원 규모에 달할 만큼 관련 산업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 주요 근거다. 2016년 12월 기준으로 세계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 시가총액은 약 170억달러, 우리 돈으로 20조원 규모에 달한다.
국내 비트코인거래소 코인원의 신원희 이사는 “글로벌 마켓이 하나의 시장으로 연결돼 있다는 점이 투자재로서 비트코인이 갖는 큰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애플 주식은 미국의 증권거래소인 나스닥에서 거래해야 한다. 이에 비해 비트코인은 세계에서 동시에, 같은 상품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거대한 주식시장이나 마찬가지다.
세계의 정치·경제 환경도 비트코인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각국의 자본 통제와 고립주의가 강화될수록 ‘발행 기관 없이 자유로운 금융 네트워크’를 지닌 비트코인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란 예상이다.
세계적으로 비트코인 가치가 급등하면서 국내에서도 비트코인에 관심을 두는 투자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추세다. 코인원에 따르면 2015년 국내에서 거래된 비트코인의 연간 총 거래 금액은 5620억원이었다. 이에 비해 2016년 연간 총 거래 금액은 1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1년 사이에 시장 규모만 3배 정도로 커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16년 파생형을 제외하고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 중에서 연간 수익률 1위를 차지한 상품은 비트코인 가격을 추종하는 비트코인 트래커 원(Bitcoin Tracker one)이었다. 연간 수익률만 무려 142.68%에 달했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는 이와 같은 비트코인 ETF나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쉽지 않다.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국내 비트코인거래소들을 통해 비트코인을 직접 거래하는 것이다. 국내에는 10여개의 비트코인거래소가 있는데, 가장 큰 업체는 빗썸(점유율 67%)·코빗(20%)·코인원(13%)이다. 이 외에 해외 거래소를 이용한 거래도 가능하다. 현재 글로벌 기준으로 비트코인 거래량이 가장 많은 곳은 일본의 비트플라이어(bitFlyer)·코인(Quoine), 홍콩의 비트피닉스(Bitfinex) 순이다.
비트코인을 활용한 외화 환전 플랫폼도 활성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원화를 미국 달러화로 바꾸길 원한다고 하자. 국내 투자자가 일정한 금액을 원화로 입금하면 비트코인거래소가 이를 비트코인으로 바꾼 뒤 환전 국가인 미국의 비트코인거래소에 달러로 되파는 식이다. 투자자로서는 사용이 간편한 데다 환전 수수료 또한 ‘몇백 원’ 수준으로 낮은 편이다.
이정흔 한경비즈니스 기자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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