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대박’에서 확인된 버핏의 성공적인 투자 ABC

입력 2017-03-03 21:23  



(뉴욕=이심기 특파원)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은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다. 대신 삼성전자 제품으로 추정되는 피처폰을 사용하고 있다. 애플 주식을 1억3300만주, 180억달러어치나 갖고 있으면서 말이다.

전통적으로 버핏은 자신이 잘 모르는 비즈니스에 대한 투자를 꺼렸다. 그동안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투자회사 벅셔 해서웨이가 기술주를 외면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런데도 애플 주식을 사들인 이유는 뭘까.

최근 인터뷰 기사를 보면 버핏에게 애플은 정보기술(IT) 회사가 아니다. 투자자 관점에서 보면 버핏에게 애플은 아주 충성도가 높은 고객을 확보한 소비재 기업이다. 버핏은 애플 주식을 사기 전에 자신의 증손자와 그 친구들에게 아이폰의 사용법과 함께 하루에 얼마나 오래 사용하는지를 물었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러면서 “사용자들에게 아이폰이 삶의 중심이며, 아예 손에서 놓으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이 나를 강타했다”고 말했다.

물론 버핏이 아이폰 하나만을 보고 애플 주식을 산 것은 아니다. 버핏이 종목을 고르는 원칙을 요약하면 크게 세 가지다.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갖고 있으면서, 상대적으론 저평가돼 있고, 주주에게 일관되게 이익을 되돌려주는 기업이다.

버핏이 지난해에 이어 올 1월 애플 주식 7600만주를 추가로 매입한 이유 중 하나도 상대적으로 낮은 주가수익률(P/E Ratio)이었다. 팩트셋에 따르면 애널리스트가 추정한 지난해 말 기준 애플의 주가수익률은 14.6으로 S&P500 기업의 17.9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었다.

게다가 애플은 주요 ETF(상장지수펀드)에 대거 편입돼 있고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통해 가장 적극적으로 이익을 주주들에게 돌려주는 기업이다. 2012년부터 분기배당을 실시하고 있고 지난해 말 기준 보유현금만 2460억달러에 달한다.

“안전하지만 수익률이 낮은 국채를 사는 것보다 성장 가능성이 큰 주식을 사서 오래 들고 있는 게 낫다”는 평소 버핏의 소신에 비춰 애플 주식은 추가로 주식을 사지 않는 것이 비정상적이라는 설명이다. 아니나 다를까 애플은 버핏이 주식을 매입한 뒤 한달도 채 지나지 않아 지난해 4분기 역대 최고의 실적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주가는 이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올해 들어서만 18%의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버핏은 오는 5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지난달 말 주주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증시가 조정을 받고 공포에 빠질 수도 있지만 불필요한 차입을 하지 않고 장기간 투자를 지속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시장에 만연한 공포는 투자자의 친구”라고 강조했다. 그만큼 싼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버핏은 언제쯤 애플 주식을 팔고 이익을 실현할까. 그는 애플 주가가 여전히 저평가돼 있으며 최초로 시가총액 1조달러를 달성한 기업이 될 것으로 본다면서 “팔 계획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끝) /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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