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한국판 스냅챗' 탄생 가능할까

입력 2017-03-05 08:20   수정 2017-03-06 01:12

뉴욕 증시 성공적 데뷔 '스냅'
스냅챗 닮은꼴 '스노우' 가치 재조명
수익화 성공하려면 카메라 앱 벗어나야




[ 박희진 기자 ] 스냅의 '스냅챗'과 네이버의 '스노우' 앱(응용프로그램)은 공통점이 많다.

첫 화면에서는 둘 다 카메라가 실행된다. 동물 가면, 얼굴 바꾸기 등 다양한 필터를 적용할 수 있다. 스크린을 좌우로 밀면 채팅창이 나오고, 친구들이 공유한 사진이나 영상을 볼 수 있는 것도 같다.

스냅챗 개발사인 스냅이 미국 뉴욕 증시에 성공적으로 데뷔하면서 닮은꼴 스노우의 가치가 재조명받고 있다. 그만큼 스노우가 '한국판 스냅챗'이 될 수 있을지 정보기술(IT)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한 스냅은 공모가보다 약 44% 높은 가격으로 장을 마쳤다. 마감가 기준 스냅의 기업가치는 340억달러로, 트위터(110억달러)를 넘어섰다.

IT 업계는 스노우가 제2의 스냅챗이 되려면 카메라 앱이 아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수많은 이용자를 확보하고도 수익화에 실패한 토종 카메라 앱들의 전처를 밟지 않기 위해서다.

◆스냅챗은 SNS, 스노우는 카메라 앱?

미국에서 스냅챗은 카메라 앱보다 SNS의 성격이 강하다. 이용자들은 스냅챗으로 단순히 사진이나 영상을 찍는 게 아니라 촬영물을 친구들과 주고받으면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사진과 영상은 보관용이 아닌 순간순간 소통을 위한 용도인 것이다. 스냅챗 내 '디스커버'라는 공간에서는 언론 매체가 공급하는 뉴스도 모아 볼 수 있다.

반면 스노우는 한국과 일본 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서 카메라 앱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귀엽고 아기자기한 필터와 편집 기능이 다양하다. 아시아권 이용자들의 입맛을 잘 맞췄다는 평가지만, 이용자 대부분은 스노우로 찍은 사진을 스노우에 공유하지 않고 다른 SNS에 올린다. 스노우에서 사진이나 영상을 찍는 것 외에 다른 것은 하지 않는 셈이다.

SNS로서 파급력이 약한 스노우는 수익화가 쉽지 않다. 이용자들이 앱에 머무는 시간이 짧아 광고 채널로서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노우의 월간 이용자 수(MAU)는 이미 인스타그램을 뛰어넘었지만, 이용시간은 현저히 떨어진다. 지난 1월 기준 월간 이용시간은 인스타그램이 200분, 스노우가 24분 정도다. 스냅챗은 100~150분 수준이다.

SNS이자 콘텐츠 유통 플랫폼으로 자리잡은 스냅챗은 현재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광고 채널 중 하나가 됐다. 이용자들이 공유하는 사진·동영상이나 뉴스 콘텐츠 중간에 탑재되는 광고, 렌즈(필터)형 광고가 주요 수익원이다. 스냅의 지난해 매출은 4억달러(약 4621억원)를 기록했는데, 이중 대부분이 스냅챗의 광고 매출이다.

◆이용자가 오래 머물러야

스노우가 카메라 앱으로만 머물 경우, 시도할 수 있는 수익 모델 중 하나는 유료 필터와 같은 아이템들이다. 그러나 이같은 전략은 국내 토종 카메라 앱들의 선례를 통해 효과가 떨어진다는 게 증명됐다.

스타트업 JP브라더스의 '캔디카메라'는 지난해까지 전세계 233개국에 진출해 누적 다운로드 수 1억건을 돌파했다.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고도 돈벌이는 시원치 않다. 5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던 2015년 매출은 12억원 수준에 그쳤다. 캔디카메라는 기존 필터의 유료 판매를 시도하다 큰 수익을 얻지 못하고 다시 무료로 전환했다.

2억 다운로드를 기록중인 SK커뮤니케이션즈의 '싸이메라'도 지난해 모든 아이템을 무료로 전환하고 광고를 삽입하고 있다.

스냅챗 역시 시행착오를 겪었다. 과거 한 때 하루에 10개 내외의 렌즈만을 제공하고 일부 렌즈를 유료로 판매했다. 그러나 이용자들의 관심도가 떨어지면서 유료 렌즈 판매를 중단하고 광고에 집중하는 쪽으로 수익화 방향을 틀었다.

스노우도 SNS 기반 광고에서 수익화에 대한 해답을 찾아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이를 위해서는 이용자를 얼마나 오래 앱에 머물게 할지가 관건이다.

장원열 신영증권 연구원은 "스냅챗이 급격한 매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SNS 기능이 신선했기 때문"이라며 "디스커버와 같은 기능을 탑재하려면 이용자들의 높은 사용시간이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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