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작으로 약간 태우듯 굽는 나폴리식 피자
피자는 이탈리아 사람들의 일상식 중 하나다. 마트에서 냉동제품을 팔기도 하고, 거리에서는 떡볶이나 어묵처럼 길거리 음식으로 팔기도 한다. 거리에서 피자 한 쪽을 사서 우적우적 씹으며 걸어가는 청소년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이탈리아에서 피자집은 일종의 값싼 저녁 외식 장소다. 한국으로 치면 중국집이나 돼지갈비집으로 생각하면 된다. 격식 없이 편하게, 비교적 싼값에 외식할 때는 피자집을 가는 게 보통이다. 저녁에 열어서 늦게 문을 닫기 때문에 야식 삼아 가는 사람도 많다. 피자는 나폴리가 원조다. 그렇지만 이탈리아 전국에 피자집이 있고, 동네마다 맛있는 집이 있다.
피자는 두 가지 방식으로 굽는다. 하나는 장작, 하나는 일반 전기오븐이다. 당연히 장작이 더 맛있다. 장작을 때서 울퉁불퉁하게 손으로 편 반죽을 넣어 약간 태우듯 굽는 것이 나폴리식이다. 한국에도 이런 방식으로 굽는 집이 꽤 많아졌다. 개그맨 이원승 씨의 가게 ‘디마테오’가 바로 나폴리식이다. 요즘은 강남을 중심으로 상당히 많아졌다. 현지에서 공부하고 와서 직접 식당을 차린 경우다. 나폴리 피자는 국제적으로 인증제도를 유지한다. 피자의 두께, 장작 사용 여부, 피자의 종류 등으로 세세하게 정해 인증서를 발급해 준다. 반드시 손으로 반죽을 펴야 하는 건 물론이고 치즈도 오리지널 이탈리아산을 써야 한다. 이런 피자는 장작에 의해 거뭇거뭇하게 탄 부분이 보인다. 지금도 이걸 보고 ‘탔다’고 생각해서 다시 구워달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어쨌든 나폴리식이 그렇다.
마르게리타 피자라고 들어봤을 것이다. 이게 나폴리 원조다. 토마토 소스를 펴고 모차렐라 치즈를 얹은 뒤 바질잎을 한두 장 넣는 게 전부다. 빵의 맛과 고소한 치즈, 새콤한 소스의 맛이 어우러진 원조의 맛이다. 마르게리타는 기본 피자여서 값도 싸다. 이탈리아의 싼 피자집에서는 3~4유로 선이다. 한국 돈 5000원 정도다. 물론 한국에서 이 정도 품질의 피자를 사먹으려면 최소 2만원은 줘야 하겠지만 말이다.
맛있는 피자집을 고르는 요령
대개 현지 식당은 어디든 그렇지만 줄 서는 집이 맛있다. 그런데 피자집은 대개 오후 7시나 돼야 연다. 그 시간에 가면 줄이 아주 길다. 이럴 때는 미리 가서 줄을 먼저 서거나 아니면 오후 9시쯤 가는 게 좋다. 이때도 대개 영업시간이므로 충분히 피자를 즐길 수 있다.
박찬일 셰프 chanilpark@naver.com
박찬일 셰프는
잡지기자로 활동하던 30대 초반 요리에 흥미를 느껴 유학을 결심, 1998년부터 3년간 이탈리아에서 요리와 와인을 공부했다. 피에몬테 소재 요리학교 ICIF(Italian Culinary Institute for Foreigners)의 ‘요리와 양조’ 과정을 이수했고, 로마의 소믈리에 코스와 슬로푸드 로마지부 와인과정에서 공부했다. 광화문 무국적 술집 ‘몽로’와 서교동의 ‘로칸다 몽로’를 오가면서 요리하는 주방장이다. 《미식가의 허기》를 비롯해 다수의 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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