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산운용에 펀드 이관…걸림돌 많자 분사로 선회
"전문가 적극 영입 나설 것"
[ 김우섭 / 김은정 기자 ] KB자산운용이 부동산·인프라운용본부 등 대체투자 부문을 따로 떼네 별도의 회사를 설립할 예정이다. 당초 KB금융지주는 손자회사인 현대자산운용을 대체투자 전문사로 키우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7조원 규모인 KB자산운용의 대체투자 펀드 이관(移管) 문제 등이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분사를 결정했다.
◆법적 걸림돌로 분사로 급선회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은 한 울타리에 있는 인프라운용본부와 부동산운용본부, 기업투자본부 중 일부를 떼네 신설 법인으로 분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3개 본부에서 일하고 있는 대체투자 관련 인력(47명) 중 상당수가 신설 법인으로 이동할 전망이다.
KB자산운용은 지난달 28일 기준으로 부동산과 인프라(사회간접자본·SOC) 펀드에서 7조5974억원을 운용하고 있다. 일임을 제외한 전체 펀드 설정액(17조1335억원) 중 44.34%에 해당한다. 대체투자 펀드 규모가 미래에셋자산운용(9조2731억원)에 이어 업계 2위다. 신설 법인을 삼성SRA자산운용과 같은 부동산 전문 운용사로 키울지, 모든 대체투자를 아우르는 운용사로 만들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KB자산운용의 모회사인 KB금융지주는 당초 현대자산운용을 매각하지 않고 대체투자 전문 회사로 두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7조원이 넘는 KB자산운용의 대체투자 펀드를 현대자산운용으로 넘기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190조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의 펀드를 현대자산운용으로 넘기기 위해선 수익자(투자자) 총회 통과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수익자 총회 통과를 위해선 펀드마다 전체 투자자의 4분의 1이 참석해 과반 찬성이 필요하다.
KB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펀드 이관에 드는 비용과 시간 등을 고려하면 현대자산운용을 매각한 뒤 새 대체투자 회사를 세우는 게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르면 하반기 출범
KB자산운용은 세부적인 분사 방안이 확정된 뒤 금융위원회에 인가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새 법인은 이르면 하반기에 출범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KB자산운용이 변신을 시도하는 또 다른 이유는 경영의 효율성 때문이다. 주식을 운용하는 펀드매니저가 중심인 자산운용사에선 대체투자 전문가를 위한 세밀한 보수체계 등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다. 투자 대상을 고를 때도 전문가가 아니라 사람들이 의사 결정에 참여한다. 대체투자 전문 운용사들과의 경쟁에서 앞서나가기 힘든 환경이다.
조재민 KB자산운용 대표는 “분사를 계기로 전문가들을 적극 영입할 계획”이라며 “분사 결정이 투자자들의 수익률 증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가 단일 금융사가 복수의 자산운용사를 두는 것을 허용한 지난해 5월 이후 회사를 분할하는 운용사가 늘고 있다. 비슷한 부류의 사업을 따로 떼내는 게 효율성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보는 것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자회사인 멀티에셋자산운용과 업무 영역을 구분해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주식과 채권, 부동산, 사모펀드(PEF) 부문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담당한다. 멀티에셋자산운용은 항공기나 선박, 부동산 부실채권(NPL) 등에 특화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도 액티브와 헤지자산운용으로 회사를 분할한 상태다.
김우섭/김은정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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