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 등 프로젝트 시동 "생체연구 지속 땐 단축 가능"
[ 박근태 기자 ]
스포츠는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살아있는 역사다. 마라톤 세계 기록도 마찬가지다. 과학자들은 인간이 언제쯤 ‘마의 2시간’ 벽을 넘어 42.195㎞를 완주할지 주목하고 있다. 국제육상경기연맹을 비롯해 세계적 스포츠용품회사 나이키와 아디다스도 지난해부터 2시간 벽을 깨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현재 최고 기록은 케냐 마라토너 데니스 키메토가 2014년 베를린마라톤대회에서 세운 2시간2분57초다. 1925년 2시간30분 벽이 무너진 이후 1953년 2시간20분, 1967년 2시간10분 벽이 차례로 깨졌다. 10분씩 단축하는 데 각각 28년, 14년이 걸렸다. 하지만 다시 10분을 단축한 2시간의 벽은 51년째 깨지 못하고 있다. 로스 터커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대 교수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와의 인터뷰에서 “3분을 단축하려면 2.5%가량 경기력이 향상돼야 한다고 본다”며 “최고 수준에 오른 프로선수에게 이 정도 경기력을 향상시키는 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스포츠과학 전문가들은 경기력 향상을 위해서는 힘과 효율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과학자들은 최대 산소 섭취량에 주목한다. 1분간 몸무게 1㎏에 필요한 산소 섭취량을 말한다. 유산소 운동능력을 가늠하는 잣대로 활용된다. 선수는 물론 일반인도 지속적인 운동을 통해 최대치를 어느 정도는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선천적 요인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일부에선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 생성촉진 인자인 에리스로포이에틴 같은 약물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런 약물 사용은 엄격히 금지돼 있다.
공학자들은 운동의 효율성을 높이는 쪽에 주목하고 있다. 인간이 달리는 행동은 비효율적인 측면이 많다. 다리에서 생성되는 힘의 45%만이 앞으로 나아가는 데 사용된다. 나머지는 땅을 박차는 데 주로 소비된다. 좀 더 많은 에너지를 앞으로 내딛는 데 전달하기 위해 용수철이나 탄력을 신발에 넣은 기술이 등장하고 있다. 나이키는 올초 용수철 여러 개를 신발에 넣는 신기술을 특허 신청했다. 아디다스는 지난달 말 새로운 마라톤화인 ‘아디제로 서브2’를 선보였다. 이 운동화엔 용수철 대신 운동효율을 1% 끌어올린 발포고무가 들어 있다. 케냐의 윌슨 킵상 키프로티치 선수는 지난달 26일 일본에서 열린 도쿄마라톤대회에서 이 운동화를 신고 2시간3분58초를 기록했다. 2시간 벽을 깨지는 못했지만 일본에서 열린 마라톤대회 중 가장 빠른 기록을 세웠다.
일부 전문가는 생리학적인 측면에 좀 더 기대를 걸고 있다. 세계 마라톤 기록을 쏟아낸 케냐와 에티오피아 선수들은 첨단 센서나 최적화한 운동 스케줄, 식단 등을 이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수화 작용’과 같은 지금까지 간과한 여러 생리현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인간이 머지않아 2시간 벽을 넘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지난 15년간 마라톤에서 2분 이상 기록을 꾸준히 단축했기 때문이다. 야니스 피츠일라디스 영국 브라이턴대 교수는 “경기력 향상에 필요한 생체 연구가 계속된다면 새 운동화나 편법을 쓰지 않고도 2020년까지 2시간 벽을 충분히 깰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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