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경협 확대
동북아 우군 확보해야
[ 황정환 기자 ] “국제 여론전에 나서라.” 중국의 노골적인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대해 전문가들이 제시한 해법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윤영관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명예교수는 “대만이나 동남아시아 국가들처럼 경제는 중국에,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는 (한국과 비슷한 처지의) 나라들을 우군으로 포섭할 것”을 주문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이 6일 ‘새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을 주제로 개최한 정책 지식포럼에서 외교 전문가들은 현 정부의 ‘무능’을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냉정한 정책적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윤 교수는 “북핵 문제 해소를 사드와 연계시키라”고 제안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 모두 북핵이 자국의 안보를 위협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며 “(사드 배치의 원인인)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국이 먼저 나서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종의 조건부 사드배치론(論)이다.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사드를 협상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을 압박할 국제 여론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홍양호 전 통일부 차관은 “미·중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러시아가 동북아에서 차지하는 전략적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며 “러시아와의 경제협력을 강화해 동북아 내 우군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 역시 “대만과 필리핀 등 동남아 주요 국가를 우군으로 포섭해 중국에 대한 국제 사회의 압력을 주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차기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이 청와대 중심의 ‘컨트롤타워’ 체제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사드 문제는 안보와 통상이 별개가 아니란 걸 여실히 보여줬다”며 “청와대의 정책조정 및 총괄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의전 기능에만 치우친 외교부를 개혁해 외교 전략과 전술을 고안하는 전략부서로 전환할 것”을 주문했다. 민·관 합동 싱크탱크를 신설해야 한다는 제안(홍 전 차관)도 나왔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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