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m 넘는 도로로 둘러싸이고 20가구 넘는 곳만 가능
논현동 세광맨션 등 10여곳 추진
사업기간 2년이면 충분
정비구역 지정·추진위 구성 등 복잡한 사업 절차 생략 가능
서울시·HUG서 사업비도 지원
[ 윤아영 기자 ]
소규모 노후 주택을 정비하기 위해 도입돼 ‘미니 재건축’으로 불리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이 서울 강남권에서 물꼬를 트고 있다. 이는 도로 공원 등 기존 기반시설을 그대로 활용하면서 노후·불량 공동주택을 재건축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서울시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사업비·이주비 등을 지원해주기로 하면서 강남권에서 조합 설립을 추진하는 소규모 주택이 줄을 잇고 있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강남은 바둑판처럼 구획정리가 잘돼 있어 미니 재건축을 하기 적합하다”며 “신축 주택의 가격이 비싸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한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사업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미니 재건축, 강북보다 강남서 인기
6일 서울시에 따르면 강남구 서초구 등 강남권에선 10여곳이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추진 중이다.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강남구 논현동 세광파크맨션은 지난해 12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뒤 건축심의 절차를 밟고 있다. 기존 30가구를 47가구로 신축한다. 서초동 낙원·청광연립, 남양연립, 방배동 대진빌라 등도 2015~2016년 조합을 설립했다. 강남구 역삼동 목화연립, 청담동 영동 한양빌라, 양재동 한신빌라, 방배동 한국·상록연립, 서초동 현대·성원·동성·삼진빌라 등에서도 주민들이 조합설립을 위해 동의서를 걷고 있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부지 면적 1만㎡ 미만인 곳이 대상이다. 도시계획도로로 둘러싸여 있고, 가구 수도 20가구를 넘어야 한다. 서울시 주거환경사업과 관계자는 “가로주택 정비사업은 도시계획도로가 인접해야 하고, 도로도 6m 이상으로 넓어야 하는 등 요건이 까다롭다”며 “토지정비가 잘된 강남에 요건에 맞는 주택이 많다”고 설명했다.
◆사업기간 2년으로 짧아
가로주택정비사업은 기존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보다 규모가 작은 대신 정비구역 지정, 추진위원회 구성 등 복잡한 절차를 생략할 수 있어 개발 속도가 빠른 편이다. 조합 설립부터 건물 착공까지 걸리는 기간이 2년 정도다. 6년을 웃도는 재건축·재개발의 3분의 1 수준이다. 가구 수가 적어 분양 때 구청의 승인을 받을 필요가 없는 단지가 대부분이다. 지난해부터 서울시와 HUG가 사업비·이주비 등을 지원해주면서 사업비 마련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동의를 받아야 하는 주민이 20~30명가량으로 많지 않아 사업 추진도 수월한 편이다. 서초구 관계자는 “양재동 쪽 빌라엔 삼성전자로 출퇴근하는 30~40대가 주로 산다”며 “자산가치를 높일 수 있어 이주와 재건축을 번거로워하는 노년층보다 사업에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도로와 접한 소규모 노후 저층 주거지를 대상으로 하는 도시재생사업으로 2012년 도입됐다. 이르면 올 연말 전국 1호 완공 단지가 나온다. 강동구 천호동 동도하이츠빌라(41가구)를 96가구(지하 1층~지상 7층)로 재건축하는 사업이 지난해 11월 착공해 올해 말 끝난다. 중랑구 면목동 우성주택도 올해 관리처분계획 변경과 이주 및 철거를 할 계획이다. 국토교통부에선 시범지구 5곳(서울 중랑면목지구, 인천 석정지구, 부천 중동지구, 수원 파장1·2지구)을 LH 참여형 가로주택정비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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