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64층 빌딩 '틀 잡은' 포항 중소기업

입력 2017-03-08 18:13   수정 2017-03-09 15:19

제일테크노스, 공사기간 40% 단축한 '9m 캡데크' 수출

데크플레이트 국내 선두권…63빌딩·인천공항에도 납품
선박후판 매출 감소에도 건실한 성장세 이어가



[ 하인식 기자 ] 8일 경북 포항시 철강공단에 있는 제일테크노스(대표 나주영·사진) 본사 공장. 나 대표가 오는 6월 싱가포르 법원 신축공사에 들어갈 바닥구조재의 하나인 ‘캡 데크플레이트’ 하나하나를 꼼꼼히 챙기고 있었다. 납기일이 3개월여 남았고 주문물량이 회사 전체 생산물량의 1%도 채 되지 않는 데도 그는 매일 아침 이곳을 찾아 ‘100% 무결함’의 데크 제작을 직원들에게 주문하고 있다.

나 대표는 “서울 여의도 63빌딩과 영종도 신공항에 데크를 공급할 때보다 신경이 더 쓰인다”며 “올해를 세계시장 진출의 원년으로 삼아 공격적인 영업 확대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제일테크노스는 초대형 고층건물을 시공할 때 H빔 위에 첫 번째로 설치되는 바닥재로 콘크리트 타설 시 거푸집 역할을 하는 데크플레이트의 국내 2위 생산·시공업체다. 1971년 창립 초기부터 이 사업에 전념해 국내에선 유일하게 초고층 빌딩과 아파트·공장·교량용 등 데크 전 부문에 걸쳐 생산체제를 갖추고 있다. 건축물의 안전성과 공기 단축, 층당 25~40㎝ 층고 축소 등의 효과를 내는 딥(deep)데크와 중간보 설치가 필요 없는 투웨이(two way)데크, 초고층 아파트 전용의 하이데크, 내화구조용인 KEM데크 등이 대표 브랜드다. 관련 특허만 20건이고 국토교통부 신기술 인정, 기술표준원 EM마크 인증 등을 받았다.

기술력을 토대로 영종도 신공항여객터미널의 45만㎡ 면적에 데크플레이트를 불과 5개월여 만에 시공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올해 고층 건축물 바닥을 시공할 때 거푸집 역할을 하는 데크플레이트를 최대 9m까지 동바리(철골 가설보) 설치 없이 시공 가능한 캡데크에 대한 국내외 영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2년 전 상용화해 국토교통부의 신기술로 지정받았다. 나 대표는 “캡데크는 세계 최초로 9m의 스팬(보와 보 사이 간격)에도 동바리 없이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해 층간 높이를 최소화하면서도 기존 제품보다 공사비는 20~30%, 공기는 30~40%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데크플레이트는 일반적으로 5m 이상의 스팬에는 처짐현상을 막기 위해 동바리를 설치해야 한다.

이 회사는 지난해 싱가포르 고층 건축물로는 최대 높이인 지상 64층(290m 높이) 규모의 탄종파가 오피스 복합빌딩에 캡데크를 적용했다. 지난해 조선후판 매출은 566억원으로 전년보다 179억원(-31%) 감소했지만 캡데크 수출 증가로 데크 매출은 전년 대비 189억원(21%) 늘어난 880억원을 기록했다. 나 대표는 “올해 데크 분야에서만 100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현대중공업 등 국내 조선소에서 주문하면 즉시 조선용 철판을 표면처리해 절단가공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생산체제를 갖추고 있다. 나 대표는 2010년부터 포항철강관리공단 이사장도 맡고 있다.

포항=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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