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가 회사' 제품 팔아준 CJ계열사들

입력 2017-03-08 18:34   수정 2017-03-09 06:37

이재현 회장·자녀들 소유한 SG생활안전의 공기청정기
CJ올리브영·오쇼핑서 판매…tvN '도깨비'서 PPL홍보도

"입점 편의 봐줬다면 불법"…CJ "특혜나 지원 없었다"



[ 노정동 기자 ] CJ그룹 계열사들이 이재현 CJ 회장과 자녀들이 지분 100%를 갖고 있는 회사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룹 총수 개인회사를 위해 계열사들을 동원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재현 공기청정기, 계열사서 판매

8일 업계에 따르면 CJ올리브영 오프라인 매장과 CJ오쇼핑 온라인몰 등은 지난달부터 공기청정기 필슨(FILTSON·사진) 판매를 시작했다. 이 제품을 만든 회사는 SG생활안전. 방독면과 방진마스크 등을 생산하는 필터전문 업체다. 이 회사의 지분은 CJ 비상장 계열사인 씨앤아이레저산업이 100% 소유하고 있다.

씨앤아이레저산업 지분은 100% 이 회장 가족 소유다. 이 회장 본인이 42.1%, 두 자녀인 경후씨(20.0%), 선호씨(37.9%)가 나머지를 보유하고 있다. 이 회장 가족-씨앤아이레저산업-SG생활안전으로 이어지는 소유 구조다.

이 공기청정기 판매에는 유통 계열사뿐 아니라 CJ E&M도 동원됐다. tvN의 인기 드라마 ‘도깨비’(14, 15회)에도 제품 간접광고(PPL)가 들어갔다.

씨앤아이레저산업은 부동산 개발업 등을 하는 회사지만 2015년 9월 기존 사업이 여의치 않자 다각화 차원에서 SG생활안전을 미부테크 등으로부터 160억원에 인수했다. 이 회장 가족이 씨앤아이레저산업 지분 100%를 갖고 있기 때문에 SG생활안전의 수익도 고스란히 이 회장 가족에게 흘러가는 구조다.

배당을 하지 않던 SG생활안전은 이 회장이 회사를 인수한 2015년 첫 배당(약 20억원)도 했다.

◆“편의 봐줬다면 공정거래법 위반”

이와 관련,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오너 가족 회사가 만든 제품을 계열사를 통해 판매하는 것 자체만으로 법 위반 사항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온·오프라인 매장 입점 과정에서 편의를 봐줬거나 다른 유사 제품에 비해 불공정한 거래 계약을 맺었다면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CJ 측은 이에 대해 “판매 과정에서 특혜나 지원은 없었다”고 밝혔다. CJ올리브영 관계자는 “상품기획자 협의체 등을 거쳐 다른 업체와 공정한 경쟁을 통해 입점시킨 제품”이라며 “현재 7개 매장에서 테스트 판매를 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올리브영뿐 아니라 백화점과 다른 인터넷쇼핑몰에서도 판매한 제품이라고 덧붙였다. CJ계열사 외에 다른 유통 채널에서도 판매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특혜로 볼 수 없다는 얘기다.

tvN을 통한 지원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다른 업체처럼 수천만원을 지급하고 마케팅을 했다”고 해명했다.

이번 거래가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은 CJ가 과거에도 오너 일가에 일감을 몰아주다 발각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CJ는 작년 9월 영화관 사업을 하는 계열사 CGV를 통해 이 회장 동생인 이재환 씨에게 일감을 몰아줬다가 공정위 조사에 걸렸다. 당시 7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고 검찰에 고발도 당했다.

재계 관계자는 “씨앤아이레저산업은 이 회장과 자녀들이 100% 출자한 기업으로, 향후 상속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논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작년 8월 대기업 총수로는 유일하게 광복절 특사로 사면된 뒤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것을 인생의 마지막 목표로 삼겠다”고 밝혔다.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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