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도중에 빛에 노출되면 뇌기능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헌정 고려대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은 성인 남성 20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약한 빛이라도 수면 중에 노출되면 뇌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결과가 나왔다고 9일 밝혔다. 동식물이 빛에 영향을 받아 생태계가 교란된다는 보고는 있었지만 인체에 대한 연구는 처음이다.
피실험자들은 빛에 노출되는 조건이 통제된 수면검사실에서 수면을 취한 후 다음날 기능적 뇌자기공명영상검사(fMRI)를 시행해 뇌기능의 변화를 확인했다. 실험 결과 5룩스(lux) 정도의 빛에서는 큰 영향이 없었지만 10룩스 정도의 빛에 노출될 경우 다음날 낮 시간의 뇌기능 상태에 부정적 영향이 나타났다. 10룩스는 물체를 겨우 인식할 정도의 약한 빛이다.
이번 연구로 야간의 약한 빛도 인간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는 것이 세계 최초로 밝혀졌다. 특히 하부 전두엽의 기능에 두드러진 영향이 나타났으며 집중력과 인지능력, 감정조절 등과 밀접한 작업기억능력의 저하로 이어졌다.
이 교수는 “커튼 등으로 수면 중 외부의 빛을 최대한 차단하는 것이 좋다”며 “야간에는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의 빛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스마트폰 등 최근 늘어나는 빛 공해가 인체에 나쁠 것이라는 추정은 많았지만 이번 연구와 같이 직접적인 영향을 규명한 것은 처음”이라며 “이번 연구를 통해 빛 공해에 대한 심각성 인지와 인식변화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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