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켄그린 UC버클리 교수
한국을 환율조작국 지정? 옳은 시나리오 아니다
미국, 무역조치 요구할 수도
주닝 칭화대 교수
사드탓 한·중 무역 퇴보 유감…배치 과정 공격적인게 문제
[ 김유미 / 김우섭 기자 ]
배리 아이켄그린 미국 UC버클리 교수는 최근 보호무역 정책,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주한미군 배치를 둘러싼 미·중 갈등 조짐에 대해 ‘두 코끼리가 싸우면 풀밭이 짓밟힌다’는 격언을 꺼냈다. 자기 이해만 내세우다 함께 망한다는 의미다. 교역과 안보를 ‘제로섬 게임’으로만 바라보는 각국 태도가 소규모 개방국가인 한국에 타격을 준다고도 우려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 점을 깨닫기 전까지 정책 불확실성은 계속될 것”이라며 “한국의 입장을 틈나는 대로 알리고 수출 다변화 등으로 내실을 다져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세 차례 미 금리 인상”
아이켄그린 교수는 9일 한국경제TV와 한경미디어그룹이 주최한 ‘2017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에서 이 같은 조언들을 쏟아냈다. 이번 컨퍼런스의 첫 번째 세션 ‘협력과 갈등의 G2(미국과 중국), 한국의 선택’은 주요 2개국인 미국과 중국이 환율조작 논란, 안보 정책 등을 놓고 갈등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살길을 논하는 자리였다. 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의 진행 속에 아이켄그린 교수와 중국 경제학계 신성인 주닝 칭화대 교수가 좌담했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미국 경제 회복세에 대해 “트럼프 정부에서 생산성이 더 크게 오를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완전고용 수준에 달해 인적자원을 추가 투입할 여지가 작기 때문이란 이유를 들었다. 그는 “트럼프의 보호무역정책도 기업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진 만큼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은 시장 예상대로 진행될 것으로 봤다. 그는 “미국 기준금리는 올해 세 차례 인상을 거쳐 연 0.75%포인트가량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조작국 지정될까
미국 금리 인상은 달러가치 상승 요인이다. 달러가치가 오르면 미국의 수출 경쟁력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결국 트럼프 정부는 교역 확대를 위해 외교정책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미 흑자를 내는 중국 일본 등이 자국 통화가치를 일부러 끌어내렸다는 주장을 펴며 공세에 나서고 있다.
현정택 원장은 “소규모 국가인 한국부터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것이란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아이켄그린 교수는 “그렇게 되지 않길 바라며 옳은 시나리오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한국은 미국이 중시하는 자동차산업이 발전한 데다 대미 흑자도 크다”며 “미국이 1980년대 일본에 그랬던 것처럼 한국에 자발적인 무역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환율 조작 논란에 주닝 교수는 “사실과 다르다”며 “약간의 외환시장 개입은 한국과 일본도 하고 있어 큰 문제가 안 된다”고 설명했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미국의 환율조작국 요건 세 가지 중 중국은 한 가지에만 속한다”며 “하지만 트럼프 정부가 어떻게 결정할지는 예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주닝 교수 “사드, 정부가 나서야”
사드 배치를 둘러싼 미·중 갈등의 소용돌이엔 한국도 끼어 있다. 주닝 교수는 “사드 배치 과정이 지나치게 공격적이었다는 게 중국의 판단”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 문제로 한국과 중국의 무역이 퇴보하는 것은 유감”이라며 “기업이 해결할 수 없고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미·중 양국이 다음달 예상되는 정상회담에서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북한 문제에서 진전을 보려면 양국 협력이 필수”라며 “모든 이해당사자가 외교 안보가 제로섬이 아니라 ‘윈-윈 게임’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며 “G20(주요 20개국) 회원국인 한국이 여러 곳에서 이 같은 의견을 계속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미/김우섭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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