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 "경제마저 정치화된 한국…4차 산업혁명 경쟁서 뒤처지고 있다"

입력 2017-03-09 17:36   수정 2017-03-10 10:22

'초불확실성 시대…한국 정부·기업의 선택' 세션

후카가와 유키코 교수
기업 창의성 키우려면 과감하게 규제 풀어야

이성용 베인앤컴퍼니 대표
스피드 뛰어난 혁신 벤처…시장 변화에 대처 빨라



[ 이현일 기자 ]
“한국에선 경제를 포함한 모든 것이 정치화된 탓에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습니다.”

후카가와 유키코 일본 와세다대 교수(사진 왼쪽)는 9일 한국경제TV와 한경미디어그룹이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연 ‘2017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에서 현재 한국의 정치·경제적 상황을 이같이 꼬집었다. 인공지능(AI) 의료산업 등 미래 성장산업을 발굴하고 육성해야 할 시기에 한국은 정치에 발목이 잡혀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후카가와 교수는 30년 넘게 한국 경제를 연구한 대표적인 지한파 경제학자다. 한국과 대비되는 나라로는 일본을 꼽았다. 그는 “일본에서는 정치·이념적 갈등은 뒤로 제쳐놓고 일단 경제 성장은 해야 한다는 데 모두가 동의하면서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총리의 경제정책)가 성공적으로 시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민주화 집착 버려라”

후카가와 교수는 “제조업과 수출이 한국 경제를 이끌던 시대는 끝났다”고 단언했다. 대신 한국과 일본이 주력해야 할 미래산업의 핵심 키워드로 ‘혁신’을 강조했다. 그동안 생산기지나 수출시장으로 취급됐던 중국이 자동차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 조선 등 핵심 제조업의 경쟁자로 떠오르는 데 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후카가와 교수는 “일본에선 혁신을 하려면 와카모노(젊은이), 요소모노(아웃사이더), 바카모노(바보) 세 부류의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며 “아웃사이더나 바보도 중요해진다는 것은 과거의 경험에만 의존하거나 고정관념에 사로잡혀선 안 된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고정관념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후카가와 교수는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가 나오는 시대에 한국은 갈수록 유교적이고 도덕적인 논의에 사로잡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한국에선 규제를 풀면 모든 이익을 재벌 대기업이 독점한다고 오해한다”며 “중소기업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유독 강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기업들이 창의적인 사업에 뛰어들도록 유도하려면 규제를 과감하게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후카가와 교수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대기업들 스스로도 이제 문어발식 승부는 끝났다고 인식한다”며 “(기업 규제 완화를 위해) 사회 전체적으로 용기를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 신사업 규제 줄여야

후카가와 교수에 이어 강연에 나선 이성용 베인앤컴퍼니 대표(오른쪽)는 ‘벤처 생태계 조성’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제시했다.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스피드와 유연성이 뛰어난 작은 조직이 유리하다는 지적이다. 이 대표는 “일반적으로 대기업이 막대한 자금과 인력을 동원해 혁신을 시도하지만, 뛰어난 제품은 오히려 벤처기업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국내 벤처 생태계가 뿌리내릴 토양이 척박하다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신산업이 성공할지 실패할지 가늠해 보려면 일단 실행해봐야 하는데, 국내에선 규제가 심해 사업을 시작도 못 하는 경우가 많다”며 “사업을 못해 보면 검증이 안 됐다는 이유로 투자도 못 받는다”고 말했다.

정부의 규제 개선 움직임이 더 빨라져야 한다는 조언도 내놨다. 이 대표는 “자동차가 널리 보급되는 데는 40년, 컴퓨터는 20년이 걸린 반면 스마트폰이 보급되는 데는 불과 7년이 걸렸다”며 “몇 년 안에 인공지능이 대중화되면 헬스케어, 금융, 교통·운송 등 많은 산업이 급격한 변화를 맞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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