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9일엔 마윈 중국 알리바바 회장이 트럼프에게 “앞으로 5년간 미국에 100만명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궈타이밍 대만 훙하이그룹(폭스콘) 회장은 1월22일 대만 기자들에게 70억달러를 들여 미국에 디스플레이 생산 공장을 세울 뜻을 밝혔다.
이 세 기업인의 잇단 미국 투자 계획 발표가 우연이 아니라는 분석이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프트뱅크와 알리바바, 폭스콘은 공동 투자와 프로젝트, 창업자 간 친분 등으로 엮여 있다”며 8일(현지시간) 이같이 보도했다.
세 회사의 협력 사례는 무수히 많다. 폭스콘은 지난 1일 ‘소프트뱅크 아시아 캐피털’ 펀드 지분 54.5%를 6억달러에 인수했다. 소프트뱅크와 함께 핵심 기술 분야 기업을 인수하기 위한 것이다.
FT는 폭스콘이 지난해 일본 샤프를 인수할 때도 손 사장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손 사장이 샤프 경영진과 궈 회장의 만남을 주선했고, 궈 회장을 “진실한 친구”라고 소개했다는 것이다. 폭스콘은 소프트뱅크가 곧 출범시킬 1000억달러 규모 비전펀드에도 참여한다. 손 사장과 궈 회장은 2000년대 초 소프트뱅크가 초고속 인터넷 사업을 위해 모뎀을 폭스콘에 주문하면서부터 알게 됐다.
소프트뱅크는 알리바바와도 인연이 깊다. 17년 전, 창업 1년이 막 지난 알리바바에 선뜻 2000만달러를 투자한 사람이 손 사장이다. 이후 두 사람은 가까운 친구로 지내고 있다. 알리바바는 2015년 폭스콘과 함께 소프트뱅크 로보틱스 홀딩스에 투자하고 소프트뱅크의 인간형 로봇 ‘페퍼’를 중국에 들여와 팔고 있다. 반대로 소프트뱅크는 ‘알리바바 클라우드’를 일본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손 사장은 알리바바 이사회 멤버기도 하다.
FT는 “마 회장과 궈 회장도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 사이”라며 “세 회사가 같이 투자에 나서는 일도 드물지 않다”고 설명했다. 알리바바, 폭스콘, 소프트뱅크는 중국 차량공유 서비스회사 디디추싱과 인도 전자상거래업체 스냅딜에 공동 투자했다.
합쳐서 시가총액이 4000억달러에 육박하고 110만명 이상을 고용하는 세 기업은 각자 강점이 달라 미국 시장에서 시너지를 낼 기회가 많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폭스콘은 제조, 알리바바는 물류와 빅데이터, 소프트뱅크는 자금 조달과 투자에 강하다는 것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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