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병훈 기자 ] 당나라로 12세 때 유학을 가 7년 만에 장원급제한 인물. 귀국한 뒤 꿈을 펼쳐보려 했지만 높은 신분제의 벽에 가로막혀 좌절한 비운의 천재. 고운 최치원(857~?)이다. 역사적 인물에 대한 책을 꾸준히 써 온 김은미 작가와 김영우 인제대 인간환경미래연구원 교수가 최치원의 삶을 다룬 장편소설 《고운 최치원, 나루에 서다》를 냈다.
대학생 현준은 고운의 삶에서 깊은 인상을 받고 그의 흔적을 쫓는다. 특히 고운이 신분제를 극복하기 위해 인백기천(人百己千·다른 사람이 100을 할 때 나는 1000을 한다)의 노력을 한 사연을 접하며 중학교 자퇴와 검정고시 등을 거친 자신과 비슷하다고 느낀다. 그러던 중 현준은 최치원을 연구하는 대학원생 달중을 알게 돼 그와 교류하며 우정을 나눈다. 현준과 달중은 당나라 유학 시절 고운의 흔적을 찾기 위해 중국 시안과 양저우를 둘러보기로 한다.
고운과 관련된 재밌는 일화도 많이 나온다. 부산 ‘해운대(海雲臺)’ 이름을 고운이 지었다고 한다. 그가 낙향해 절로 들어가는 길에 우연히 해운대에 들렀는데 주변이 무척 아름다워 동백섬에 ‘海雲臺’ 글자를 음각으로 새겼고 여기서 지명이 유래됐다는 것이다. 고운이 당나라에서 관리로 일할 때 농민 반란을 일으킨 황소(黃巢)에게 항복을 권유하는 ‘토황소격문(討黃巢檄文)’을 지어 반란군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는 일화도 유명하다.(동녘, 204쪽, 1만3000원)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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