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리 카플란 지음 / 신동숙 옮김 / 한스미디어 / 296쪽│1만6000원
[ 김희경 기자 ] 어느 날 사랑스러운 다섯 살 외동딸에게 뇌세포가 하나씩 죽는 퇴행성 희귀 신경손상 증상이 발견됐다. 치료가 불가능한 병이었지만 운 좋게도 인공신경 기술이 발달해 치료법이 생겼다. 몇 달에 한 번씩 기능이 다한 뇌세포를 인공조직으로 대체했다. 몇 년 후 의사는 딸의 뉴런 100%가 인공 조직으로 대체됐다며 더 이상 치료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딸아이의 뇌세포는 하나도 남지 않고 인공두뇌 그 자체로 살아가게 된 것이다. 딸아이는 10대 후반이 되자 작곡가를 꿈꾸며 들뜬 마음으로 신인 작곡가를 뽑는 대회에 지원했다. 그런데 갑자기 출전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진정서가 밀려들었다. 딸아이의 뇌가 인공지능(AI)이기 때문에 ‘컴퓨터’ 작곡가 대회에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제리 카플란 인공지능의 미래》는 본격적으로 열릴 AI 시대를 앞두고 현실로 다가올 미래를 예측, 공존의 길을 모색한다. 옥스퍼드대 연구원에 따르면 오늘날 일자리의 47%가 앞으로 수십 년 내에 자동화된다. 하수관 채굴 인부, 기계공, 기관사 등 육체 노동자뿐만 아니라 세무사, 회계사, 경리 등 사무직도 위태롭다. 일자리에서 내몰릴 위험이 그나마 적은 것은 전체 근로자 중 3분의 1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사회적 불평등이 심해질 가능성도 높다. “AI의 노동 대체 현상은 가속화될 것이며, 자본이 있는 사람들은 노동 능력이 주요 자산인 사람들의 희생으로 득을 보게 될 것이다. 소득 불평등은 이미 절박한 사회 문제이지만 더욱 악화될 것이다.”
심지어 AI 시스템이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재산을 소유하게 될 수도 있다. AI는 이 돈으로 사업 전략을 수립하고 투자하며 신제품을 개발한다. 놀랍게도 돈을 벌어 또 다른 AI 시스템까지 소유할 수 있다. 저자는 “AI의 자산 보유 권리는 어느 정도 수준으로 제한되거나 적격성 검사를 거치는 등 일정한 책임이 동반돼야 한다”며 “법인에 일정 권리가 있고 일정한 책임이 있듯이 AI에도 이런 시스템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AI는 이같이 현 사회 구조를 한계점까지 몰아갈 것”이라며 “영화 ‘스타트렉’과 같은 번영과 자유의 시대가 될 것인지, 아니면 영화 ‘터미네이터’처럼 인간과 기계의 끊임없는 투쟁의 시대가 될 것인지는 상당 부분 인간의 행동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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