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털어주는 기자들] '금수저' 셰프의 식당?…새우 파스타 맛보니 편견 사르르

입력 2017-03-09 18:53  

이탈리안 가정식 한남동 '마렘마'


[ 강영연 기자 ] ‘당신 인생 최고의 레스토랑은 어디인가요.’

바로 떠오르는 곳이 있나요. 답하기 어렵다면 질문을 조금 바꿔보죠. 지난해 가본 식당 중 가장 맛있었던 곳은 어디인가요. 지난해 열 번 이상 방문한 음식점이 있습니까. 연인과 특별한 날에 가보고 싶은 곳은요.

개인적으로 세 가지 질문에 모두 해당하는 식당이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곳이죠. 지난해 지인 소개로 처음 방문한 뒤 한동안 모든 모임을 여기서 했습니다. 친구들과 저녁 약속이나, 점심 미팅도 여기로 잡았죠. 해외에 사는 친구가 오랜만에 한국에 와서 맛있는 파스타를 먹고 싶다고 할 때 데려간 곳도 여기입니다.

지인들로부터 지분 투자를 한 게 아니냐는 오해를 받았던 곳. 서울 한남동에 있는 ‘마렘마’입니다. 마렘마는 김지운 셰프의 두 번째 레스토랑입니다. 2014년 해방촌에 쿠촐로라는 이탈리안 선술집 콘셉트의 식당을 낸 김 셰프는 그해 11월 한남동에 마렘마를 열었습니다. 쿠촐로가 술안주 중심이었다면 마렘마는 이탈리안 가정식 콘셉트입니다.

처음엔 ‘금수저’가 하는 식당으로 유명세를 탔습니다. 영국 명문 이튼 칼리지 출신으로 TV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던 김 셰프는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의 둘째 아들입니다. 하지만 인기가 지속되자 ‘음식맛’ 덕분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추천메뉴가 뭐냐고요? 주저하지 않고 ‘새우 링귀니’(2만7000원)라고 답합니다. 크림 파스타만 먹던 ‘초딩 입맛’에게 새로운 세상을 알려준 메뉴라고 할까. 링귀니 건면에 크고 작은 새우가 들어간 파스타로 간이 세지 않아 재료 본연의 맛이 살아있습니다.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면발이 해산물 육수와 어우러져 풍부한 향을 줍니다. 프로슈토(암퇘지 뒷다리를 염장해 만든 햄)를 곁들인 밀크리소토(2만5000원)와 함께 마렘마의 대표 메뉴이기도 합니다.

식전 빵으로 즐길 수 있는 브루스게타도 맛봐야 합니다. 빵 위에 올리는 토핑도 토마토, 대구살, 치즈 등 여러 가지입니다. 이 중 부라타치즈&구운헤이즐넛, 송로버섯 꿀(8000원)을 즐겨 먹습니다. 빵 위에 치즈를 바르고 그 위에 송로버섯 꿀과 견과류를 올려 맛과 향이 풍부합니다. 치즈와 꿀이 만들어내는 ‘단짠(단맛과 짠맛)’의 맛도 조화롭습니다.

가게를 연 지 2년이 넘었지만 평일 점심도 예약을 하지 않으면 테이블 좌석에 앉기 어렵습니다. 둘이라면 바 좌석도 나쁘진 않고요. 다음주에도 한번 다녀와야겠습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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