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매각 앞둔 KDB생명 '증자 고민'

입력 2017-03-09 19:13   수정 2017-03-10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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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급여력비율 끌어올리고 새 회계기준 IFRS17 대비
후순위채 발행도 검토



[ 박신영 기자 ] KDB생명보험이 1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2021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자본금을 확충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데다 생명보험업계 평균을 밑도는 지급여력비율(RBC)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DB생명은 1000억원 이상 규모의 유상증자를 검토 중으로 대주주인 산업은행, 국민연금과 관련 내용을 협의하고 있다. KDB생명은 대주주로부터 증자를 받기 위해 자구 노력 차원에서 지점 통폐합 등도 하기로 했다. 인력효율성도 높일 전망이다.


증자 계획이 확정되면 KDB생명은 2010년 3월 33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한 이후 7년 만에 다시 자본 확충을 하게 된다. KDB생명의 주요 주주는 KDB칸서스밸류유한회사(60.4%)와 KDB칸서스밸류사모투자(24.7%)다. 이들 회사에 산업은행과 국민연금이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다.

KDB생명이 증자 카드를 꺼낸 건 최근 RBC가 급락하고 있어서다. RBC는 보험계약자가 일시에 보험금을 요청했을 때 보험사가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금융감독원은 생보사들에 RBC를 150% 이상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KDB생명의 RBC는 지난해 6월 말 기준 192.4%로 업계 평균인 297.1%를 한참 밑돈다. 올해 들어서는 150%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져 자본 확충이 급한 상황이다.

KDB생명은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IFRS17을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효과도 노리고 있다. IFRS17은 보험사 부채를 계약시점의 ‘원가’가 아니라 매 결산기의 시장금리 등을 반영한 ‘시가’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회계기준이다. 지난 2년여간 저금리로 보험사의 자산운용 수익률이 떨어진 상황에서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면 보험사 부채는 급증하게 된다. 자본을 확충하지 않으면 자본잠식 가능성도 있다.

KDB생명은 유상증자를 성공시킨 뒤 후순위채를 발행해 자본 규모를 더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유상증자로 KDB생명의 매각가가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은 KDB생명 지분 매각에 나섰으나 본입찰에서 중국계 자본 한 곳만 응찰하자 매각을 미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IFRS17 도입과 저금리 기조로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보험사의 몸값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데 유상증자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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