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차 기업들에게 인종격리정책은 매력적인 정책이 아니었어요. 이 정책을 준수하기 위해 전차의 객실 칸을 인종별로 구분하여 운영하는 것은 상당한 비용을 상승시키기 때문이죠.
20세기 초 미국, 인종에 따른 공공시설 이용 차별
미국은 민주주의가 가장 발달한 국가 중 하나로 개인의 자유와 인권, 평등, 기회 등을 매우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불과 200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에는 노예제도가 있었다. 심지어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공공시설에서는 백인과 유색 인종이 분리되어 대우받았는데,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미국의 노예제도는 1865년 미국 남북전쟁이 종료된 이후 사실상 폐지되었지만, 이후에도 흑인들은 여전히 차별적 대우를 받았다. 당시 상황을 대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예로 짐 크로법(Jim Crow Law)을 들 수 있다. 이 법은 남북전쟁에서 남군이 노예 해방을 지지하던 북군에 패하자, 남군에 해당하는 미국 남부 주에서 흑인을 지속적으로 차별하기 위해 만든 법이다. 짐 크로법은 1876년부터 1965년까지 시행되었으며 그 핵심은 공공시설에서 백인과 유색 인종을 분리하는 것이었다.
이 법에 따라 흑인들은 식당, 병원, 화장실, 극장, 버스, 전차 등 공공시설에서 백인과 격리되어 차별 대우를 받았다. 백인 간호사가 있는 병원에서는 흑인 남성이 치료를 받지 못했으며 버스 정류장은 백인전용과 유색인전용 장소가 분리되어 있었다. 전차나 기차의 경우에는 인종에 따라 전차의 객실 칸이 분리되어 운영됐다. 백인들은 전차의 앞쪽에 타고, 흑인들은 전차 뒤 칸에 타야했다.
전차 기업들의 인종격리정책 반대
당시 인종격리정책은 미국 남부 각 주에서 시행되며 일반적인 관행으로 받아들여졌지만 모두가 달가워했던 것은 아니다. 그 예 중 하나로 미국 남부 전차 기업들은 인종격리정책을 매우 반대했다. 보통 인종차별에 반대하거나 개인의 자유를 지지하는 등의 활동은 인권단체나 시민단체들이 참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특정 기업들이 앞장서서 인종격리정책을 반대했다고 하니 조금은 의아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전차를 운영하던 기업들은 인종격리정책을 왜 반대했던 것일까? 인권에 대한 존중, 정의감, 도덕적 양심에 따른 행동이었을까? 기업 내부 직원들 중 일부는 이러한 동기를 가지고 있었을 수 있겠지만, 기업 전체의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이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기업 의사결정의 핵심은 ‘이윤극대화’
사실 전차 기업들에게 인종격리정책은 그다지 매력적인 정책이 아니었다. 이 정책을 준수하기 위해 전차의 객실 칸을 인종별로 구분하여 운영하는 것은 상당한 비용을 상승시키기 때문이다. 인종별로 다른 좌석을 마련하고, 지속적으로 구분하여 관리 운영하는 것은 이전에 비해 많은 비용을 발생시킨다. 전차 운영 기업들에게 인종격리정책은 그렇다할 인센티브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실제로 이 법이 시행되기 전에는 전차 객실과 좌석 이용에 관한 인종차별이 매우 드물었다고 한다.
기업의 최대 관심은 이윤을 내는 것이다. 기업에 대한 정의 자체가 이윤 획득을 목적으로 재화와 서비스 등을 생산하는 조직적인 경제단위이다. 즉 기업은 이윤극대화를 주목표로 한다. 기업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이 기업을 장기적으로 존속시키고 성장하게 하는 근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윤을 최대치로 이끌기 위해 고심했을 전차 기업 입장에서는 인종격리정책으로 인해 비용이 상승하고 이윤이 감소되는 상황이 달가웠을 리가 없다.
김민정 < KDI 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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