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첫 대통령 파면] '장미대선' 5월9일 유력…문재인 vs 비문재인 '60일 전쟁'

입력 2017-03-10 17:31  

본격 대선정국 돌입

탄핵 이후 대선구도 변화 올까

"문재인 대세론 힘 실려" 대 "후보 판단 달라질 것"
보수층 결집 실패 땐 첫 '야야 대결' 될 수도
문재인 32%, 안희정 17%, 안철수·황교안 9%



[ 유승호 기자 ]
헌법재판소가 10일 박근혜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리면서 ‘조기 대선’이 현실로 다가왔다. 대선주자들은 남은 시간이 60일로 여느 대선보다 속전속결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 대선주자들의 행보와 경제·안보 상황에 따라 민심은 언제든 바뀔 수 있고 어떤 돌발 변수가 나타나 판도에 영향을 미칠지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유리한 위치에 서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문 전 대표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30%대 초중반 지지율로 다른 후보들을 20%포인트 이상 앞서고 있다. 양자 또는 3자 대결을 가정한 여론조사에서도 과반 지지율로 여유있게 이기는 것으로 나온다. 민주당 지지율 역시 50%에 육박하며 다른 당을 압도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탄핵 인용으로 ‘문재인 대세론’이 더 공고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박 대통령의 헌법과 법률 위반이 법적 심판을 받은 만큼 야당이 주장하는 정권교체 정당성에 더욱 힘이 실릴 것이라는 점에서다. 승산이 있는 후보에게 지지가 쏠리는 ‘밴드왜건(bandwagon)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 경선에서도 문 전 대표가 쉽게 승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여권에서 문재인 대세론을 무너뜨릴 만한 강력한 후보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여권의 잠재적 대선주자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지만 10%대 중반으로 문 전 대표에게 한참 뒤져 있는 데다 출마 여부도 불투명하다.

일각에선 탄핵 심판 이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대선 구도가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탄핵 인용이냐 기각이냐에 쏠린 여론의 관심이 차기 정부 정책과 경제·안보 현안으로 옮겨가면서 대선주자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문제 등이 쟁점이 되면 문재인 대세론이 약해지고 ‘안희정 대안론’ 등이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탄핵 찬성 여론이 80% 가까이 됐지만 막상 탄핵 결정이 난 상황에선 박 전 대통령을 동정하는 여론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그간 야당에 유리하게 형성된 정치 지형에서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던 이른바 ‘샤이(shy) 보수’가 결집하는 경우다.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국민의당에 민주당 비문(비문재인) 세력까지 결합하는 ‘반문(반문재인) 연대’가 성사되면 중도·보수층을 아우르면서 문재인 대세론을 위협할 수도 있다.

이번 대선은 사상 초유의 ‘야야 대결’ 구도로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 범여권이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지 못하고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중심으로 한 ‘빅텐트’ 성사 여부가 새 변수다.

한국갤럽이 3월 둘째 주(7~9일) 전국 유권자 1005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문 전 대표가 32%, 안희정 충남지사는 17%를 기록했다. 문 전 대표가 전주 대비 2%포인트 떨어진 반면 6%포인트 하락했던 안 지사는 2%포인트 올랐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황 대행은 각각 9%, 이재명 성남시장은 8%를 기록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 참조)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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