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첫 대통령 파면] 경찰에 떡 돌린 부산…수업 대신 선고중계 시청한 광주

입력 2017-03-10 17:57  

지역별 표정

구미 박정희 생가 '한산'
"딸은 잘하지 못해 안타까워"

결정된 만큼 더 이상 갈등 없어야
새 대통령 국민 걱정않게 해달라



[ 하인식 / 오경묵 기자 ]
헌법재판소가 10일 박근혜 대통령을 파면하자 헌재의 준엄한 결정을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았다. ‘촛불’과 ‘태극기’로 두 동강난 여론을 하루빨리 봉합해 국가의 안정을 되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날 구미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는 여느 때보다 한산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경북지역 시민들 사이에선 “비통하다” “안타깝다”는 반응이 많았다.

◆한산한 생가 “참담하고 비통하다”

이날 경부고속도로 남구미나들목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는 오가는 발길이 뜸했다. 평소 관광객이 몰리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생가보존회 관계자는 “평일에 400~500명, 주말에는 3000명 넘게 찾았는데 오늘은 방문객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생가를 자주 찾는다는 김모씨(77·경북 성주군)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달리 그 딸은 잘하지 못해 정말 답답하다”고 안타까워했다. 대구에서 온 염모씨 자매는 “한 달에 한 번씩 찾아 대통령이 잘되길 바랐는데 탄핵이 인용돼 착잡하다”고 말했다. 이날 방명록에는 ‘국민과 나라를 위해 일하는 참된 보수세력을 형성해야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 존경합니다’, ‘박근혜 엄지척’ 등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글이 눈에 띄었다.

탄핵과 무관하게 박정희 전 대통령 추모와 생가 보존 사업은 계속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전병억 생가보존회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구국정신이 살아있는 생가와 추모관은 어떤 이유로도 훼손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경북지역 분위기는 싸늘했다. 달성군 현풍시장에서 국밥집을 운영하는 최모씨(68)는 “박 전 대통령이 달성군을 위해 일을 많이 했다”며 “임기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너무 안 됐다”고 울먹였다. 대구 서문시장 동산상가에서 옷을 파는 장모씨(78)는 “나는 무조건 박근혜 편인데 안타까워 죽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구 금호강변에 운동 나온 정모씨(74)는 “우리 또래들은 모이기만 하면 모두 박 전 대통령이 불쌍하다는 말만 한다”며 “돈 한 푼 받은 게 없다는데 그렇게 큰 죄가 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지저동에 사는 김모씨(72)는 “잘못된 정치인과 청와대 참모들이 비운의 대통령을 만들었다”며 “참담하고 비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당연한 결과” vs “대선에서 심판”

광주광역시 시민들은 헌재 선고 이후 “당연한 결과”라고 환영했다. 나강원 씨(38)는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로 국민 분열이 심했는데 헌재의 결정이 내려진 만큼 더 이상의 갈등은 없어야 할 것”이라며 “정치권이 나서 갈등 봉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광주광역시에 있는 대광여고는 각 교실의 모니터를 통해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 과정을 학생들이 시청할 수 있도록 했다. 유양식 교장은 “민주주의 교육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부산참여연대는 탄핵 결정을 축하하는 의미로 쥬디스태화백화점 앞에서 상인과 경찰에게 떡을 돌렸다. 부산 범일동에 사는 회사원 신용환 씨(57)는 “국가를 책임지는 새 대통령과 정치인, 경제인들은 국민이 걱정없이 살 수 있도록 힘써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수원역에서 만난 정금양 씨(73)는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과 권력을 나눠 국민을 실망시킨 만큼 탄핵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역에서는 70세 노인이 TV에 물병을 던지며 “나라가 망할 징조다”라고 소리를 질러 경찰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구미=하인식/대구=오경묵 기자/전국 종합 ha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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