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서 또 "이석기·한상균 석방"..탄핵 편승하는 이념 구호들

입력 2017-03-11 18:44  

"서울대도 박근혜 적폐" 뜬금 주장도 제기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자축하는 주말 촛불 집회에 “한상균·이석기 석방” 등 이념 구호가 또 다시 대거 등장했다. 축제 분위기를 즐기던 시민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1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차 촛불집회에선 ‘한상균과 이석기를 석방하라’는 구호를 곳곳에서 들을 수 있었다. 헌법재판소는 2014년 12월 통합진보당 해산을 선고했었다.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과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은 각각 불법적인 폭력 시위를 주도하고 내란(內亂)을 선동한 혐의로 구속됐다. 민중연합당 측은 “거짓으로 가득 찬 박근혜 정권이 지난 4년간 해온 일들”이라며 “이석기 의원은 아무 죄 없이 억울하게 옥에 갇혔고 통진당 해산도 잘못됐다”고 외쳤다. 촛불집회 참가자 김성현씨(30)는 “박근혜를 탄핵한 헌재 결정은 옳고 통진당 해산에 대한 헌재 결정은 부정하는 건 앞 뒤가 안 맞는다”며 “탄핵을 이끈 촛불민심을 오용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촛불 집회에선 서울대 시흥캠퍼스 사태를 다루기도 했다. 한 서울대생은 촛불집회 단상에 올라 시흥캠퍼스 반대에 대한 연대를 호소했다. 이 학생은 “시흥캠퍼스 사업은 서울대 이름으로 시흥시 땅값 올리는 투기 작업”이라며 “이를 반대하며 153일간 본관을 점거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성낙인 서울대 총장은 박근혜 빽으로 이사회가 멋대로 선임한 사람”이라며 “서울대도 박근혜의 적폐”라고 주장했다.

이날 새벽 서울대가 200여명의 직원들을 동원해 이뤄진 본관 입주 강행 조치에 대해선 “직원들이 소화전으로 물을 뿌려가며 막았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20여차례의 협상 노력, 교수·교직원들의 호소를 거부하며 사태를 장기화 시킨 것은 학생들”이라며 “직원들이 물을 뿌린 것도 학생이 터뜨린 분말을 가라앉히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생의 발언을 지켜보던 서울대생 윤모씨(25)는 “억울한 것도 없지 않겠지만 저런 식으로 촛불 집회를 빌어 언론플레이를 하는 건 옳지 않다”며 “탄핵 분위기에 편승해 실제 사실을 모르는 일반 참가자들을 선동하는 행태가 촛불집회에서 나타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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