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보다 표면금리 높고 환차익까지 가능해 인기
디플레에서 인플레로 글로벌 경제흐름 변화 조짐
위험자산 투자기회 노릴만
소액 일반투자자들은 자산배분형펀드나 랩어카운트 눈여겨 봐야
[ 이현진 기자 ] 2011년 8월 문을 연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강북센터가 관리하는 고객 자산은 12조원이다. 기업 지분에 투자한 자산을 제외한 운용자산만 따져도 3조~3조5000억원에 달한다. 서울 광화문에 있는 이곳은 ‘프리미어블루’라는 브랜드로 초고액 자산가에게 전문적인 자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메릴린치 씨티 스탠다드차타드(SC) 같은 외국계 금융회사 출신 PB가 다수 포진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서울 강북 일대에서 첫 손가락에 꼽히는 PB센터로 불리는 이유다.
황창중 프리미어블루강북센터장(사진)은 “경력이 5~20년에 달해 자산관리 및 고객관리에 탁월한 16명의 PB가 지점의 경쟁력”이라며 “지금도 주 3~4일은 아침마다 세미나를 하며 투자전략이나 새로운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 수익률은 어느 수준인가.
“지난해 말 기준 1000만원 이상을 맡긴 고객의 수익률을 뽑아보니 연 5.8%였다. 보통 고액 자산가들은 높은 수익률에 베팅하기보다는 꾸준한 자산관리를 원한다. 지금 같은 저금리에는 연 4~5%를 목표 수익률로 설정하는 고객이 많다. 위험을 최소화하는 과정에서 적정한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중위험 중수익’보다 약간 더 안정 지향적인 성향이 강하다.”
▷요즘 자산가 트렌드는 어떤가.
“달러 자산에 관심이 부쩍 늘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를 올리면 달러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가 커진 영향이다. 이곳 관리자산(약 3조5000억원) 가운데 6000억원 정도가 해외 자산이다. 고객별로 차이가 있지만 전체 포트폴리오의 20% 정도는 해외 상품으로 꾸린다.”
▷구체적으로 어떤 상품인가.
“해외 금융회사나 애플 등 우량 기업이 발행한 달러표시채권이 잘 팔린다. 국내 국고채보다 표면금리가 높아 이자수익과 환차익을 동시에 노릴 수 있다. 또 최근에는 글로벌 경제 흐름이 디플레이션에서 인플레이션으로 바뀌고 있다. 신흥국 가운데 원자재 가격 폭락으로 피해를 봤던 나라의 투자 여건이 좋아졌다. 브라질 러시아 베네수엘라 채권 등이 인기가 있다. 미국 하이일드채권 수요도 꾸준하다. 경기가 좋으면 부도 위험이 줄어들기 때문에 투자 매력이 높아진다.”
▷채권 외에 틈새 상품으로는 무엇이 있나.
“보험사가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을 유동화한 보험연계증권(ILS)이 있다. 대재해 채권(캣본드)이 대표적인데, 재해가 일어나지 않으면 연 5~7%가량의 수익을 챙길 수 있다. 반대로 재해가 나면 투자자가 손실을 보는 구조다. 올 들어 관심이 높은 마스터합작회사(MLP) 상품도 인기다. 유가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과 안정적인 배당 영향이 크다. 미술품 등에 투자하는 아트펀드 등도 나왔다. 다만 이런 상품은 투자 위험(리스크)이 있는 편이기 때문에 자산배분 차원에서 전체 포트폴리오의 일부분만 담는다.”
▷일반 투자자가 자산가의 투자법에서 배워야 할 점은.
“고액 자산가는 대부분 본인이 감내할 수 있는 위험 수준에 대해 명확히 알고 있다.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리스크 관리이기 때문이다. 리스크가 큰 환경인지, 감내할 수 있는 환경인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앞서 말했듯 최근 경기 흐름은 인플레이션 쪽으로 가고 있다. 점진적이지만 위험자산의 투자 기회를 노리는 전략이 필요하다. 해외 투자 역시 자꾸 연습해볼 필요가 있다. 원화 자산으로만 포트폴리오를 꾸리는 시대는 지났다.”
▷눈여겨볼 상품은.
“자산배분형펀드나 랩어카운트가 유망할 것으로 본다. 연금이나 장기자산을 관리하는 데 자산배분형 상품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사실 고액 자산가는 PB 서비스를 통해 자체적으로 자산배분을 하지만, 소액 일반 투자자는 일일이 관리하기 어렵지 않나. 최근에는 증권사 운용사마다 로보어드바이저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자산배분형 상품을 내놓고 있기 때문에 선택 폭도 넓어질 것이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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