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보아오포럼 참석 불투명
신동빈 회장, 석달째 해외 못나가
사드 보복 당한 롯데, 수습 한계
"도주 우려 없는데 출금 남발"
[ 주용석/정인설/고윤상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 중순 이후 3개월째 출국 금지 조치를 당하면서 글로벌 사업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도주 우려가 없는 대기업 총수를 장기간 출국 금지로 묶어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장 SK는 중국 사업이 흔들리고 있다. SK플래닛은 지난해 중국 민영 투자회사와 1조원대 규모의 투자 유치 협상을 벌였지만 사드 사태가 불거지면서 협상이 흐지부지됐다. SK이노베이션이 중국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지으려던 계획도 중국 정부가 한국산 배터리를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무기한 보류됐다. SK이노베이션은 2조원대로 추정되는 중국 석유회사 상하이세코 지분 50% 인수도 추진하고 있지만 결과를 낙관하긴 힘들다. 중국 고위층 인맥이 넓은 최 회장이 직접 나서고 싶어도 출국 금지로 속수무책이다. 일본 도시바 반도체 인수전이 시작되면서 글로벌 기업 간 합종연횡이 활발해지고 있지만 최 회장의 운신폭은 제한돼 있다.
지금으로선 오는 23~26일 중국 하이난섬에서 열리는 보아오포럼 참석도 불투명하다. 이 포럼은 중국 재계는 물론 정·관계 인사, 글로벌 기업 총수들과 폭넓게 교류할 수 있는 자리다. 최 회장은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도 못 갔다.
롯데는 사드 부지 제공 이후 중국으로부터 ‘융단폭격’을 당하고 있다. 중국 내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영업이 정지됐고, 롯데제과와 미국 허쉬가 합작해 세운 상하이 초콜릿 공장도 중국 정부로부터 생산 중단 명령을 받았다. ‘중국판 롯데월드’로 불리는 선양 롯데타운 공사도 지난달 중단됐다.
신 회장은 중국 고위층과 상당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출금 조치로 발이 묶여 있다. 중국뿐 아니다. 롯데면세점이 동남아시아 등을 중심으로 추진하는 해외 면세점 인수합병(M&A)도 신 회장의 활동 반경이 줄어들면서 주춤한 상태다.
최 회장과 신 회장 모두 지난해 12월 중순 특별검사팀의 요청으로 출국이 금지됐다. 신 회장은 지난해 6~10월에도 검찰 수사로 출국 금지를 당했다. 특검은 삼성을 뺀 다른 기업은 한 차례도 조사하지 않았지만 최 회장과 신 회장 출금 조치를 풀지 않았다. 특검에서 수사를 넘겨받은 검찰 특별수사본부도 출금을 해제할지, 연장할지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출입국관리법은 ‘범죄 수사를 위해 출국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사람에 대해 1개월 이내 기간을 정해 출국을 금지하고 필요한 경우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 일본 등도 출국 금지 제도가 있다. 하지만 흉악범이 아니라 글로벌 기업인을 장기간 출국 금지하는 경우는 드물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대에 도주 우려가 없는 기업인을 상대로 출금 조치를 남발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지적했다. 이형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장도 “기업 총수를 장기간 출국 금지하면 글로벌 경영에 큰 지장이 생긴다”며 “수사는 수사대로 하되 기업 활동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용석/정인설/고윤상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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